직접 PPT 자료 보여주며 설명
황교안·언론에 법적조치 시사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KTX 울산 역세권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김 후보는 논란이 되는 땅에 대해 1800배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두고 “엉터리 억지 주장”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의혹을 제기한 황교안 후보와 언론에 대한 법적조치를 시사했다.
김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 땅 연결도로 의혹은 전형적인 모함이자 음해”라며 “세상에 자기 땅 밑으로 터널을 뚫어달라고 요구하는 지주가 있느냐”고 밝혔다. 관련법 상 소유한 땅 밑으로 터널이 통과해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데, 땅값을 올리기 위해 KTX 노선 변경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타당하느냐는 주장이다.
이날 회견은 전날 공지된 김 후보 일정에 없었다. 전날 밤 당대표 선거 TV 토론회에서도 황 후보 등이 해당 의혹을 집중 제기하자 김 후보가 직접 사실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김 후보는 우선 “해당 토지 가격이 1800배 올랐다는 건 터무니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 측에 따르면 1998년 해당 토지를 매입했을 당시 개별공시지가는 267원~432원이었고, 지난해 기준으로는 1220원~2270원이다. 2년 전 양이원영 의원이 1800배 시세차익 의혹을 제기했을 때 기준으로 삼은 땅은 인근 KCC 언양공장 사원 아파트 부지로, 6차선 도로 옆 아파트 부지를 산 중턱에 위치한 김 후보 임야와 무리하게 비교했다는 것이다. KCC 사원 아파트 부지는 공시지가가 25만4600원으로, 김 후보 소유 토지와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김 후보 측에 따르면 2021년 KCC 사원 아파트 부지와 함께 거래된 인근 임야는 평당 20만4000원에 매매됐다. 최근 2년 간 김 후보 토지 인근 임야의 실거래가는 4만원~20만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를 김 후보가 소유한 약 3만5000평에 적용하면 총 14억원~70억원이다. 김 후보 측은 이날 해당 토지의 실제 매입비는 2억860만원(평당 약 6000원)이라고 밝혔다.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김 후보 토지 가격은 20여년 만에 최소 7배에서 최대 35배 올랐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 후보는 자신이 본인 소유 토지 밑으로 KTX 노선을 변경했다는 주장에 대해 “자기 땅으로 도로를 구부렸다면, 그 도로가 터널로 지나가도록 압력을 넣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반박했다. 또한 관계 법령상 개발이 엄격히 제한돼 건축물도 지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토지 매입 경위에 대해 “제가 다니고 있던 교회의 건설업에 종사하는 교우가 IMF로 사업이 부도위기에 몰렸을 때 급하니까 사달라고 부탁해서 사게 된 것”이라며 “그 산은 밤산이다. 정치를 그만두면 고향인 울산에서 살 것이기 때문에 소일거리도 하고 선산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해당 토지를 팔아 의혹 제기를 차단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 땅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팔려고 산 땅이 아니다”라며 “팔려고 해도 안 팔릴 것 같다고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제가 우리 당 대표로 유력해지자 민주당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물타기하려고 재탕, 삼탕에 나섰다”며 “심지어 우리 당 전당대회가 흑색선전과 근거 없는 비방과 네거티브로 얼룩지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일부 허위보도한 언론이 있어서 법적 조치를 취하려고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의혹을 계속 제기하는 황 후보에 대한 법적 대응도) 명확하게 경고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법적 대응 여부를 묻는 질문에 “도가 많이 지나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숙고해 봐야할 것 같다”고 답했다. 안철수 후보 측은 김 후보 회견 후 “의혹을 명확히 해소하지 못한 기승전 ‘법적 조치’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