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하면 ‘허공에 대고 주먹질’” 양곡관리법 표결 강행 저지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체포동의안’ 투표에 대한 개표결과 ‘부’의 판가름이 어려운 2매의 표에 대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협의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표결이 3월로 미뤄졌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7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으면 허공에 대고 하는 주먹질”이라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이날 본회의에서 표결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여야 간 추가 협의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의사일정을 변경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표결하려 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오늘 제출된 의사일정 변경 동의에 대해선 표결을 좀 미루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은 책임 있는 원내 다수당으로서 법안의 합의 처리 노력을 마지막까지 기울여주시고, 국민의힘도 협상에 적극 임해서 합의안을 도출해달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본회의에 직회부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이날 의사일정 변경을 통해 상정하고 표결에 부치려 했지만 국회의장이 막아선 것이다. 김 의장은 “가능하면 의사일정이 회부된 대로 처리하는 것이 맞는데, 의장으로선 국회의 입법권이 존중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회에서 거부권이 전제되는 입법을 하는 것보다는 국회에서 의결을 하고 정부에 이송하는 것이 맞다”고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했다. 이어 “국민의힘도 기회를 주면 협의안을 만들어보겠다고 하니 한 번만 더 기회를 갖고 협상을 하자”고 했다.

김 의장은 “그것이 정말 농민을 위한 일”이라며 “만일 거부권을 행사해서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마치 허공에 대고 하는 주먹질과 같다. 누구를 위해서 이 법안을 의결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공공연히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는 상황에서 법안 통과를 강행해봤자 농민에게 이득이 되지 않고, 국회 입법권만 제약되니 최대한 합의 노력을 기울이자는 제안이다.

김 의장은 “3월1일까지 3월 의사일정을 합의하고, 그 일정에 따른 첫 번째 본회의 소집일 때까지 협의가 되면 협의된 대안으로, 안되면 민주당이 낸 수정안으로 본회의에서 표결하도록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법안에 대해선 우리 국민들이 많은 우려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농림축산식품부가 다른 법안과 어떻게 충돌하는지, 국익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재정적으로 어떤 부담이 있는지, 농민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여러 사안을 고려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 절차에 의하지 않고 (김 의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신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 여당이 다른 의도 갖고 시간을 끌어서 이 법안 무마시키려하는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