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위기 피했지만 정치적으론 패배, 이재명의 선택은?읽음

“이탈표는 이 대표 거취 고민해달라는 경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체포동의안’ 투표결과늘 전해 들은 후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체포동의안’ 투표결과늘 전해 들은 후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입장에서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는 정치적 패배에 가깝다. ‘턱걸이’로 부결되긴 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30명 넘는 민주당 의원들이 당론에서 이탈하며 이 대표에게 ‘결단’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상처뿐인 부결이다. 이 대표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거취를 둘러싼 당내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부결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당내와 좀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수렴해서 힘을 모아서 윤석열 독재정권에 강력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당내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많은 의견 수렴을 통해 크게 하나로 묶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투표 직후 민주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한 수도권 의원은 “무효표나 기권표를 던진 의원들은 이 대표에게 거취를 잘 고민해보라고 간접적으로 경고한 것”이라며 “체포동의안을 가결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부결해서 당 지도부가 문제 의식을 못 가지면 안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사실상 정치적으로 탄핵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표결은 이 대표 체제 유지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표면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대표의 1차 시험대는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 적용 여부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특혜·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당 지도부는 이 대표가 기소되더라도 ‘정치적 탄압’이란 예외 조항을 들어 당 대표직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헌 80조 적용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앞으로 닥칠 일이 뻔한데 단일대오만 얘기하고 정치적 판단은 하지 않고 있다”며 “당헌 80조 적용이든 무엇이 됐든 이 대표 나름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쪼개기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면 더 큰 문제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특혜 등 의혹 외에도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대표에게 2차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면 다음에는 체포동의안 부결을 장담할 수 없다. 이날 체포동의안 표결에서는 민주당 이탈표 중 상당수가 기권이나 무효를 택했지만 다음에는 달라질 수 있다. 당내에서는 이미 다음에 또 체포영장이 청구되면 이번처럼 이 대표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압박’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2차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면 정치적 기로에 설 수 있다. 당 안팎에서는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이 대표가 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자진 출석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결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지난 23일 CBS 라디오에서 “(구속)되면 어떠냐. 당당하게 (영장실질심사에) 가면 누가 거취를 갖고 얘기를 할 것이며 당 지지율도 꽤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2차 영장이 왔는데 (당 지도부 대응에) 변화가 없으면 더 심각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부결로 그냥 덮일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공천권을 내려놓거나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질 수 있다. 다만 이 대표 신변에 변화가 있어도 비대위 체제로 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지난해 8·28 전당대회 직전 당헌·당규를 개정해 비대위 구성 요건으로 ‘당대표 및 최고위원 과반 이상이 궐위되는 경우’를 명시했다.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친명계 최고위원들이 사퇴하지 않으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지 않는다.

대표직 사퇴 등 거취에 대한 이 대표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친명계 정성호 의원은 지난 24일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도 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떠밀리듯 내려오는 것보다 스스로 내려놓는 게 나을 수 있다”며 “자진 사퇴하면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또다시 오더라도 당 의원들이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부결 직후 첫 여론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대표가 당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견인한다면 이 대표 체제는 안정될 수 있지만, 총선이 다가오는데 민주당이 여당보다 지지율에서 뒤처진다면 사퇴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2월 넷째주 주간 동향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3.9%로 국민의힘(42.2%)과 오차범위 내로 붙어 있다.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4.0%포인트 올랐고, 국민의힘은 2.8%포인트 떨어졌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지지층이 결집한 것으로 해석된다.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0%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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