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

‘부’냐 ‘무효’냐 애매한 2표…여야, 1시간 넘게 논쟁 ‘혼란’

조문희·신주영 기자

표기 인식 혼란 빚은 2개 표, 결국 하나씩 ‘부’와 무효로 처리

이 대표, 신상발언 뒤 여유…부결 발표 뒤 1시간여 자리 안 떠

<b>아무리 들여다봐도…</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된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검표위원들이 ‘부’자의 표기가 애매한 2장의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된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검표위원들이 ‘부’자의 표기가 애매한 2장의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무효입니다” “다 공개하세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개표가 진행된 27일 국회 본회의장은 여야 의원들의 고성으로 울렸다. 투표는 마무리됐지만 개표 과정에서 혼란이 생겼다. 한 시간 반 남짓 난항을 겪은 개표 결과는 1표 차로 찬성이 더 많았다. 국회 건물 밖에서는 양당 지지자들의 응원과 비난 목소리가 교차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3시18분 의원들의 투표 줄이 줄어든 것을 보며 “투표 결과는 잠시 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된 직후였다. 통상 표결 완료 직후 표 계산이 마무리되지만 이날은 달랐다. 개표 시작부터 약 1시간30분 뒤인 오후 4시43분에 이르러서야 투표 결과가 발표됐다.

투표 마감 15분 뒤인 오후 3시33분쯤 감표(투개표 감시·감독)위원들 사이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났다. “아니 이건”이라며 당혹해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일부 표의 표기를 판단하기 어려운 탓이었다. 김 의장은 “개표 과정에서 ‘부’(반대)냐 무효표냐 판단이 어려운 표가 두 장 나왔다”고 설명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중간에 본회의장 앞으로 나와 “우리는 무효로 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부’로 봐야 한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표결 결과 발표가 늦어지자 일부 의원들은 초조한 듯 자리를 이탈해 감표위원들에게 다가갔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무효야 무효”라고 소리를 질렀고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표결) 다 공개하라”고 외쳤다.

표기 인식에 혼란을 빚은 2개 표는 하나씩 ‘부’와 무효로 판단됐다. 김 의장은 “의장 책임하에 그렇게 판단했다”고 밝혔다. 투표 결과는 가(찬성) 139표, 부(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이었다. 투표 참석 인원 과반이 안 되어 부결은 됐지만, ‘압도적 부결’이란 민주당 총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앞서 여야는 이날 아침 일찍부터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오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다면 한 세대 이상 이어져 온 87년 체제의 종말이며 386 운동권 세대의 몰락”이라며 날을 세웠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사법살인”이라며 “윤석열 정권의 폭주와 민주주의 파괴에 분연히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체포동의안 표결이 예정된 오후 본회의를 앞두고는 국회 바깥에서부터 갈등 분위기가 고조됐다. 국회 울타리 밖에는 “재명아 감방 가즈아(가자)” “단일대오 민주당” 등 각기 다른 입장의 현수막을 매단 차량들 앞에 인파가 모였다.

양당은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표 집결에 매진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체포동의안을 헌법 정신에 따라 당당히 부결시켜야 한다”며 의원들을 독려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당 의총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켜서 본회의장을 장악해달라”고 말했다. 양당 의원들은 구속된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본회의에 참석했다.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불참했다.

이 대표는 표결 직전 본회의장 단상에 나와 “(수사기관의) 소환요구에 모두 응했고, 주거부정,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같은 구속 사유도 없다”며 “목표물을 잡을 때까지 하는 사법사냥”이라고 신상발언을 했다. 발언 직후에는 의자에 등을 댄 모습으로 여유롭게 미소를 보였으나 결과 발표가 늦어지자 초조한 듯 손을 까딱까딱 움직였다. ‘부’ 표기를 알아보기 어려운 투표 용지를 휴대폰 화면으로 바라보는 이 대표 모습도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가 139표.” 투표 결과 발표 후 이 대표는 한 시간 이상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본회의장 내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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