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표 후보 선정되자…국민의힘 이번엔 “내부 카르텔” 압박

전·현직 임원 4명 발표에 긴급회견

여당 과방위 “그들만의 리그” 비판…대통령실도 “도덕적 해이” 가세
정치권선 윤 캠프 인사 탈락에 반발 분석…KT “선정 기준 따른 결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KT 이사회가 내부 인사만으로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한 것을 두고 “이권 카르텔” “그들만의 리그”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KT 차기 대표에 여권 인사를 꽂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KT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예정된 일정대로 대표 선임 절차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28일 KT 이사회가 차기 대표 후보 면접 대상자 4명을 발표한 데 대해 “전체 지원자 33명 중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통과시켜 차기 사장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면서 “민(주)노총의 MBC 장악시도와 다를 것이 없다. KT 차기대표 인선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민생에 좀 영향이 크고, 주인이 없는 회사들은 지배구조가 굉장히 중요한 측면이 있다”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경영)가 이뤄져야 한다. 그게 안 되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결국 손해는 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차기 KT 대표 선정 문제는) 과정의 공정성,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KT 이사회의 이번 후보 추천 과정에 대해 우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KT는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결정했지만 여권의 압력으로 구 대표가 자진 하차하고 차기 대표 경선을 원점에서 다시 치르고 있다. KT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임헌문 전 KT매스총괄,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고, 또다시 여권에서 압력성 발언이 나온 것이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 있던 윤진식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종 후보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내부든 외부든 KT를 혁신할 수 있는 인재가 국민이 바라는 일이었는데 (이번에 통과된) 4명이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심사 기준이 전부 다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심사기준표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내부인사가 유리하다”며 “그러다보니 외부인사가 전부 탈락했다”고 주장했다.

KT는 대표 선출이 진행되는 와중에 여당에서 강하게 비판하며 제동을 걸고 나오자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KT 관계자는 “공식 입장을 내기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구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은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석했다가 이날 저녁 귀국했다.

KT 측은 면접 대상자에 전·현직 임원만 포함된 것은 정해진 선정 기준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공식 절차대로 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뭘 어쩌라는 얘기냐”고 말하기도 했다. 대표 선임 과정에 여권이 직접적으로 어떤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사표명을 한 적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이사회는 지난달 9일 대표이사 지원 자격을 “정관에 따라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과 경력이 풍부하고 기업 경영을 통한 성공 경험이 있으며, 최고경영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정보 통신 분야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사람”으로 고지했다.

일단 KT는 예정대로 대표 선임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 7일 면접을 거쳐 최종후보 1명을 확정해 오는 29일 또는 3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새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이대로 간다면 여권은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을 앞세워 표 대결로 불신임을 끌어내는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