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 투표 첫날인 4일 당원 투표율이 35%에 육박했다. 역대 전당대회 1일차 투표율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표 참여자 수는 29만명을 돌파해 이준석 전 대표가 뽑혔던 2021년 6월 전당대회 때의 전체 투표자 수(약 15만명)를 뛰어넘었다. 후보들은 높은 투표율의 의미를 두고 해석을 달리했다.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전당대회 1일차 최종 투표율이 34.7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총 선거인단 83만7236명 중 29만707명이 투표를 마쳤다.
이는 이준석 전 대표가 당선됐던 2021년 6월 전당대회의 모바일 투표 첫날 당원 투표율인 25.83%를 뛰어넘는다. 투표 참여자 수(29만명)만 놓고 보면 2021년 6월 전당대회 때의 전체 투표자 수도 상회한다. 국민의힘 당원 수가 2년 새 50만명 늘어난 결과다. 당시 전체 선거인단 32만8893명 중 14만9194명이 투표해 최종 투표율 45.36%를 기록했다.
높은 투표율에 대한 후보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천하람 후보는 투표율이 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정 후보가 과반을 득표하지 못해 결선투표가 치러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천 후보는 이날 지역구인 전남 순천에서 투표한 후 취재진과 만나 “참다 참다 터져 나오는 국민의힘의 개혁 열망이 높은 투표율로 보인 것”이라며 “구태 계파정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의 전횡으로 당이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당원들이 ‘이대로 참아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목소리를 내주고 계신다”고 해석했다. 천 후보를 지지하는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SNS에 ‘모바일투표 마감시 투표율을 얼마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45%”라고 답했다.
김기현 후보는 이날 부산 사하을 당원협의회 방문 직후 취재진과 만나 “첫날부터 투표 참여 열기가 매우 뜨겁게 달아올랐다”며 “김기현을 압도적 지지로 1차 투표에서 당선시켜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과반 득표를 자신하냐’고 질문하자 “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실 행정관들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전당대회 일시 중지를 요구했다. 안 후보는 이날 SNS에 “대통령실 행정관들이 참여한 단톡방에서 김 후보 지지와 안 후보 비방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철저한 조사와 수사가 필요하고 이 일의 전모가 드러날 때까지 당대표를 뽑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취재진과 만나 “공무원이라 하더라도 단체 채팅방원으로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가입했다는 사실만으로 시비를 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는 이날 부산 사하을 당협위원회에서는 “제가 1등을 하니 (경쟁 주자들) 세 분이 합세해서 얼마나 공격을 해대시고 억지 가짜뉴스를 쓰니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황교안 후보는 이날 SNS에 “김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땅 투기 의혹 관련 리스크가 있다’는 응답이 64.7%가 나왔다”며 “지금 사퇴하는 것이 진정 당과 나라와 대통령을 위한 길”이라고 했다. 그는 “김 후보는 온갖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자신을 민다는 얘기를 노골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총선에 질 경우에도 패배의 모든 책임을 대통령이 뒤집어쓰게 된다”며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민주당의 집요한 공격으로 비대위로 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5일까지 이틀간 모바일 투표를 진행한다. 첫 번째 투표 결과는 오는 8일 발표된다. 당대표 후보자 중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결선투표 진출자는 오는 9일 일대일 토론을 한다. 이 경우 최종 결과는 10일 모바일 투표, 11일 ARS 투표를 거쳐 12일 확정한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투표 100%로 치러진다. 2021년 전당대회 때는 당원투표 70%와 여론조사 30%를 합산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