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공격 중단” 표결 6일 만에 제동 건 이재명

‘체포동의안’ 내홍 커지자

강성지지층에 자제 촉구

퇴출 명단 놓곤 “1명 억울”

갈등 봉합 진정성 의문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 후 내홍이 커지자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몇몇 의원님들에 대한 명단을 만들고 문자폭탄 등의 공격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제명 요청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을 매우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안의 갈등이 격해질수록 민생을 방치하고 야당 말살에 몰두하는 정권을 견제할 동력은 약해진다”면서 “이럴 때 가장 미소 짓고 있을 이들이 누구인지 상상해주시라”고 강조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민주당 내 갈등은 악화일로다. 민주당 당원 청원 게시판인 국민응답센터에는 5일 오후 3시 현재 ‘이낙연 전 대표를 민주당에서 영구제명해야 된다’는 청원이 6만7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앞서 일부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지난 3일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수박 깨기’ 집회를 열었다. ‘수박’은 주로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비명계 의원들을 비난할 때 쓰는 말이다.

게시판에는 친명계의 공격에 맞서 이 대표 사퇴 요구 청원도 지난 3일 올라왔다. 작성자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민주당의 가치와 정신이 현재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토건토착비리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5일 오후 현재 3000여명이 동의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27일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된 후 공개적으로 ‘내부 공격 자제’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비공개회의인 고위전략회의에서 “이번 일(체포동의안 표결)이 당의 혼란과 갈등의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의원 개인의 표결 결과를 예단해 명단을 만들어 공격하는 등의 행위는 당의 단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안호영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의 이런 움직임은 당내 불안한 자신의 입지가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의 당내 입지가 굳건하지는 않은 만큼 (이 대표가) 의원들 눈치를 많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계 의원들이 당 지도부 곳곳에 포진돼 있기는 하지만 그 결속력이 강한 편은 아니다. 이 대표가 대세에 따라 움직이는 다수 중립 성향 의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반면 이 대표가 단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준 이상으로 지지층을 실질적으로 단속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국회 밖 강성 지지자들은 이 대표 팬덤정치의 강력한 기반이 되고 있다. 여의도 내 기반이 약한 이 대표가 정치적 동력이 되는 이들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강성 지지층의 이탈표 색출 작업 등이 벌어지고 내분이 커진 후에 한발 늦게 나선 것은 면피성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특히 이 대표가 퇴출 의원 명단 작성을 지적하면서 “시중에 나와 있는 명단은 틀린 것이 많다. 5명 중 4명이 그랬다고 해도 5명을 비난하면 1명은 얼마나 억울하겠나”라고 말한 부분은 논란이 되고 있다. 퇴출 명단을 작성하지 말라는 취지지만 자칫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찍은 의원들은 비난해도 괜찮다는 의미로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야당 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