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22년 출생등록 안된 임시신생아번호
6000여개 중 4000명이 등록 의무 없는 외국인
감사원, 외국인 제외 2236명 중 23명 조사
유엔아동권리협약엔 ‘아동은 출생 즉시 등록’
시민단체 “미등록 외국인 자녀 등록제도 필요”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정기감사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임시신생아번호(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하며 부여하는 7자리 번호)로만 존재하는 아동 2236명(2015~2022년생) 중에서 위험도 등을 고려해 23명의 아동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감사원이 지난 22일 낸 보도자료에 있는 내용이다. 이런 조사 과정을 거쳐 최근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유기’ 사건 등이 드러났고 대안으로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등이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는 또 존재한다. 감사원 직원들이 찾아낸 2015~2022년의 출생 등록이 안된 임시신생아번호는 6000여개였다. 그 중 출생신고 의무가 없는 외국인 약 4000명을 제외하니 2236명이 된 것이다.
야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이 4000명 중에도 국내에서 예방 접종 등 필수 복지에서 소외되고, 범죄 위기에 처한 아이가 꽤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등록 외국인이 국내에서 낳은 아이가 대표적인 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19세 이하 미등록 이주 아동의 수는 5078명이다.
김희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26일 통화에서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돼야 한다’로 시작하는 유엔아동권리협약 7조 1항을 들며 “국적을 불문하고 아동이 출생 후 미등록 상태에 있으면 협약 위반”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외국인이라고 제외할 것이 아니라, 우리 관할권에서 태어난 아이가 본국에 출생신고가 잘 됐는지 확인하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2011년 한국 정부에 부모의 법적 지위 또는 출신과 무관하게 모든 아동에게 출생 등록이 가능하도록 조치할 것으로 촉구했다. 현재 한국은 미등록 외국인의 자녀를 등록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지 않고 있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 등 야권 의원 38명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제정법)을 발의했다. 국내 체류 미등록 외국인도 자녀의 출생을 등록할 근거를 마련하고, 외국인이 추방의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관련자들의 출입국관리법상 통보(신고) 의무를 면제하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와 함께 아동 권리를 향상하는 3가지 정책으로 추진했던 사안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외국인 아동의 출생·사망에 대한 정확한 정보 수집·관리를 통해 아동유기, 불법입양 등 범죄로부터 외국인 아동을 보호하고, 교육·의료 등 기본적인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불법체류 외국인이 추방 위험에 노출될까 꺼리면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태어난 지역에 등록하는 속지주의적 요소가 속인주의(부모 국적을 따름)를 채택한 국내 제도와 충돌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외에 국민의 세금을 외국인 아동을 챙기는 데 쓰느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지난 15일엔 소병철 민주당 의원이 동명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자녀를 등록한 외국인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출생 등록을 불법체류를 단속하는 법무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하도록 하는 등 실효성을 보완한 내용이다.
이상갑 전 법무부 법무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인권의 관점에서도 미등록 외국인 아동을 출생 등록하는 것이 맞지만,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저출산 고령화 대책으로 이민 정책을 개방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이미 한국에 사는 아이들이 잘 자라도록 투자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