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 전환점 삼아 역공…의총서 전원 명의 입장문 내
추석 연휴 후 정부 규탄 촛불문화제 추진 등 공세 범위 확장
방탄 비판했던 국민의힘·검찰 수세 몰려…여야 대치 심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27일 기각되면서 여야 공수가 뒤집혔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 수비에 집중했던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사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며 대대적 반격을 시작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국정 기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공세 범위도 넓히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사퇴와 사과를 촉구하며 맞섰지만 수세에 몰린 모습이다. 검찰 역시 무리한 영장 청구였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여야 간 대결 구도는 더욱 심화할 걸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구치소 앞에서 정부와 여권을 향해 “이제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그런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국은 반대로 흐르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영장 기각을 반격의 기준점으로 삼아 역공에 나섰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를 거쳐 소속 의원 168명 전원 명의로 입장문을 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의 무리하고 무도한 ‘이재명 죽이기’ 시도가 실패했다”며 “윤 대통령은 이 대표 표적 수사와 무리한 구속 시도에 대해 사과하고 이번 수사를 사실상 지휘한 한 장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검찰에 의존한 정치 무력화를 멈추고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는 태도로 정치를 복원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무리한 정치 수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실무 책임자인 한 장관의 파면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공격의 시작점을 한 장관으로 잡은 셈이다.
민주당은 추석 연휴가 끝난 뒤에 윤석열 정부 규탄 촛불문화제도 추진하기로 했다. 공격의 범위를 넓히고 강도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법원 판단이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이 밝힌 기각 사유 중 ‘혐의가 소명된다’는 부분을 근거로 이 대표가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구속영장 기각이 곧 무죄는 아니라고 맞받았다. 한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구속영장 결정은 범죄 수사를 위한 중간 과정일 뿐”이라며 “죄가 없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총공세에 나서면서 여야 간 대치는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 장관은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내에선 한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바 있어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친이재명(친명)계 핵심 의원은 “이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한 장관 탄핵안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한 장관은 시행령을 통해서 법을 무시했고, 이 대표에 대해서 유죄라고 단정짓고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당장 진행하는 건 아니지만, 향후 법 위반 사항을 따져서 탄핵 요건을 갖추면 착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이 두 번째 검사 탄핵소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여야는 추석 연휴 뒤인 10월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하기로 이날 합의했다. 35년 만에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인준이 부결된다면 여야 대결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한 장관 책임론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 구속 기각은 다음달(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한 장관 책임론은 피할 수 없다. 더 상황이 나빠지면 당이 용산 말을 안 듣기 시작하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