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잠룡들 커지는 ‘직구 설전’…“처신이라니” “SNS 금지? 억지”

조미덥·민서영 기자

오세훈 ‘비판 글’ 꼬리 물고
한동훈·유승민 반박·재반박

오, ‘친윤’ 동조화 행보 분석
한·유, ‘비윤’ 정체성 굳히기

정부의 해외직구 금지 정책 발표 후 철회 건을 계기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등 여권 잠룡들의 신경전이 불거졌다. 오 시장이 지난 20일 “여당 중진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한 후 21일까지 다른 두 사람의 반박에 재반박이 이어졌다. 오 시장은 시민의 안전, 한 전 위원장과 유 전 의원은 시민의 선택권을 강조하면서 보수가 중시하는 가치 사이에서 논쟁을 벌였다.

정치적으로는 오 시장이 정부를 두둔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거리를 좁혔고,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 출마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를 거듭 비판하며 ‘비윤석열’ 정체성을 세우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 전 의원은 반윤석열 스탠스를 확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 시장을 향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건설적인 의견 제시를 ‘처신’ 차원에서 다루는 것에 공감할 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오 시장이 SNS에 “(해외직구에서) 유해물질 범벅 어린이 용품이 넘쳐나고 500원 숄더백, 600원 목걸이가 나와 기업 고사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정부가 손놓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문제”라며 “마치 정부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오 시장이 지목한 ‘여당 중진’은 지난 18일 SNS에서 정부의 해외직구 금지 정책을 비판한 한 전 위원장과 유 전 의원, 나경원 당선인으로 해석됐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은 한 달 만에 내놓은 공개 메시지에서 정부를 비판하며 당대표 출마설에 더 힘이 실린 터였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도 있지만 불가피하게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도 내에서 정교해야 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연령 시민들에 대한 운전면허 제한 같은 이슈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고령 운전자 중 고위험군을 선별해 야간·고속도로 운전 금지 등을 검토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제동을 건 것이다.

오 시장은 이날 SNS에 “내부 통로는 놓아두고 보여주기만 횡행해 건강하지 않다”며 “여당 정치인들이 SNS로 의견제시를 하는 것은 가급적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대응했다. 전날 “야당보다 더한 여당은 자제해야 한다”고 한 데 이어 SNS로 정부를 비판한 한 전 위원장, 유 전 의원의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다만 “처신이란 표현은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유 전 의원은 연이틀 오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SNS에 “SNS 의견 제시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은 무슨 억지인가”라며 “오 시장의 논점 일탈은 SNS 금지령으로 귀결되나”라고 질타했다. 그는 “건전한 비판과 의견 제시가 국가정책에 반영되는 과정이 성숙한 민주주의”라며 “지난 2년간 당정관계가 잘못된 것은 건강한 목소리가 없었기 때문 아닌가”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전날 오 시장의 글에도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당내에선 오 시장은 차기 대권주자로서 윤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만들려 하고, 한 전 위원장과 유 전 의원은 당대표 출마의 명분을 쌓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국면을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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