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윤상현은 윤 대통령에 호응
안철수·유승민은 특검 수용 입장
한동훈, 비대위원장 때 ‘반대’ 고수?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후 국회 재의결 표결이 예고된 상황에서 그에 대한 여당 당권주자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법안에 대한 평가와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지에 대한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당내 인사 중 나경원 당선인과 윤상현 의원이 윤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하고,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윤 대통령과 갈라서 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위원장 재직 시 더불어민주당의 특검 추진을 비판했는데, 당대표에 출마한다면 어떻게 입장을 밝힐 지 주목된다.
나 당선인은 22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두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지켜봐야 되는 시점”이라며 “공수처 수사가 미진하면 저희 당이라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입장과 비슷한 답이다.
윤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객관성이 의심받을 때 예외적으로 도입하는 게 특검”이라며 “윤 대통령이 불가피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공개적으로 재투표에서 찬성 투표를 하겠다고 밝힌 여당 의원 3명 중 한 명이다. 그는 전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채 상병 특검법 찬성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이탈표가 아닌 소신투표”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이전부터 윤 대통령에게 “(특검법에서) 무리한 몇가지 조항을 빼면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털고 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이던 지난 3월8일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아직 수사가 계속되는 것 아닌가”라며 “특검은 수사가 잘못되거나 부족한 점이 드러날 때 하는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모든 것을 특검으로 가져간다”는 비판도 했다. 실제 특검법안이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면에선 공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을 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지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거리감을 어느 정도 둘지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특검에 대한 입장을 몇 개월 만에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순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경우 ‘윤 대통령 부하·아바타’ 이미지가 강화된다는 점에서 고민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