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불법 대북송금’ 혐의를 1심 법원이 인정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커지게 됐다. 민주당은 ‘대북송금 사건 관련 검찰의 허위진술 강요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대북송금 특검법) 추진을 통해 대응할 계획이다. 동시다발 특검법 추진에 따른 당력 분산, ‘이 대표 방탄용’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비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9일 이 전 부지사의 판결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의 사건 조작 행위에 대해 특검법으로 대응하는 조치가 발표됐고 그렇게 한 트랙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다만 이번 판결에서 이 대표의 공모나 지시 여부와 관련해 특별한 내용이 없었던 만큼 당에서 특별히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지난 7일 이 전 부지사의 대북 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2019년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달러와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달러를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대신 내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이 대북 사업에 대한 도움을 기대하고 이 대표를 위해 이들 비용을 대납했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다만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되면서 관련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민주당은 그간 “검찰이 이 대표를 표적수사할 목적으로 이 전 부지사를 회유해 진술을 얻어낸 것”이라며 법원이 이를 증거로 채택해선 안된다고 주장해왔지만, 1심 법원의 유죄 판결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민주당 ‘정치검찰 사건 조작’ 특별대책단은 지난 7일 “검찰이 수사를 조작했다는 정황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을 상당 부분 채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이 이 대표를 위한 대납이 아닌 ‘주가조작용’이라는 주장이 재차 나왔다. 국정원장 출신 박지원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정원 문건 어디에도 주가조작용이었지 이 대표의 방북비용이라 언급하지 않았다”라며 “왜 1심 재판부는 국정원 문건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고 배척했는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 대표 수사가 재개되면 ‘사법 리스크’는 한층 커질 전망이다. 현재 검찰은 이 대표가 쌍방울과 KH그룹 임직원 등 명의로 ‘쪼개기 후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관한 수사도 벌이고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위증교사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까지 더하면 이 대표의 고심거리는 늘어나게 된다.
향후 민주당은 2심을 앞두고 대북송금 특검법 추진을 통해 검찰 수사의 문제를 다시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수사 검사와 검사장의 탄핵소추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주당이 이미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관한 특별검사법’을 비롯한 다수의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에서는 대북송금 특검법을 이 대표를 위한 ‘방탄용’으로 규정하고 공세를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