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정봉주 ‘명팔이’ 논란···2기 지도부 갈등 씨앗

이유진 기자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1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이재명팔이’ 세력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1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이재명팔이’ 세력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당원들의 뒤통수를 친 정봉주는 출당하라! ‘명팔이’가 명령한다! 정봉주는 출당하라!”

서울 한낮 기온이 35도에 이른 14일 오후 1시쯤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 유튜버들을 포함해 약 30여명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정봉주 아웃(OUT)’이라고 쓴 손팻말을 든 이들은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의 강성 지지층으로,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한 참가자는 “(정 후보의) 행동 하나하나가 민주당이 나아가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될 거로 생각한다”며 “계속해서 정봉주의 사퇴가 아닌 출당을 외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의 이른바 ‘명팔이’(이재명 팔이) 발언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정 후보는 지난 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하면서도 “이재명의 이름을 팔아 호가호위하며 실세 놀이를 하는 ‘명팔이’을 잘라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친이재명(친명)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강성 지지층의 정 후보 사퇴 요구까지 이어졌다.

정 후보가 말한 ‘명팔이’로 민주당 내 최대 친명계파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파문은 확산했다. 혁신회의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 후보는 ‘명팔이’가 혁신회의가 맞는지 공개적으로 밝혀달라”며 “그 대상이 혁신회의가 맞는다면 정 후보와의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 후보의 실체도 알 수 없는 ‘명팔이’ 발언으로 혁신회의는 호가호위를 한다고 지목당했고, 주체적인 선택을 했던 당원들도 보수 언론에 의해 모욕을 당했다”며 “지금이라도 당원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했다.

8·18 전당대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 후보는 자신이 비판한 대상이 누구인지 아직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딸과 당원들은 ‘이재명 팔이’가 아니다”라면서 자기와 개딸이 싸운다는 주장은 “수구·보수 언론의 이간질”이라는 글을 올렸다. 정 후보는 이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복권을 축하하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일각에선 정 후보의 돌출 행동은 대의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의식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전당대회 초반 권리당원 온라인투표에서 1위를 하다가 이재명 후보가 김민석 후보를 지지하면서 2위로 밀려난 상태다. 권리당원 선거인단보다 이 후보 지지 성향이 옅은 대의원 투표·일반국민 여론조사는 최종 결과 합산에서 각각 14%와 30%의 비중을 차지한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가 남아있기에 전략적인 고려를 한 게 아닌가 (싶다)”며 “이 후보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들, 본인이 소위 레드팀 역할을 할 수 있다. 당의 민주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의도를 갖고 발언하는 과정에서 명팔이라고 하는 부적절한 발언이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했다.

전당대회 이후 갈등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당선 안정권인 정 후보는 앞서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후보가 차기 지도부에 입성하면 당 지도 체제 내부에서 갈등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 후보는 이 후보에게 (정치적으로) 진 빚이 없고, ‘명심’ 논란에도 (전당대회에서) 높은 득표율을 보이며 세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경선 이후 독자 행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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