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론에 김건희 여사 방어 부담감까지···필리버스터 포기한 국민의힘

이보라 기자    민서영 기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강행 처리하려는 야당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강행 처리하려는 야당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원들이 몸 축내는 거 말고 남는 게 하나도 없다.”(한 국민의힘 당직자)

국민의힘은 19일 김건희 특검법과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등이 상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대신 회의 보이콧을 택했다. 국민의힘이 야당의 쟁점 법안 강행 처리에 필리버스터로 맞서지 않은 건 22대 국회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필리버스터 무용론과 김 여사 방어에 대한 부담감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가 열리기 전 의원총회를 열고 본회의 불참을 결정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의사일정에 동의할 수 없음을 가장 강력하게 표현하는 게 보이콧”이라며 “(김 여사 특검법 등은) 상임위원회 단계부터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강행 처리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방송4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을 밀어붙일 때마다 필리버스터로 맞서왔다.

이번에 필리버스터를 택하지 않은 건 반복된 필리버스터로 인해 당내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무용론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할 때마다 종결권으로 이를 무력화했다. 국회법상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를 국회의장에게 요구하고, 토론 시작 24시간이 지나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강제 종료된다. 수차례 걸친 필리버스터가 여론에 미친 영향도 제한적이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추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지난 번에 두 차례에 걸쳐 했고 이번 법안들은 충분히 부당함을 설명했기 때문에 같은 것을 반복할 필요가 특별히 있겠느냐는 판단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채 상병 특검 등은 민주당이 몇 번이나 다시 발의한 것”이라며 “똑같은 얘기를 계속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명품가방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여당 공천개입 등 여러 의혹을 받는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높은 상황에서 여당이 김 여사를 비호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부담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통화에서 “그런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거대 야당에 맞서는 수단 중 하나였던 필리버스터를 포기함에 따라 남은 카드는 규탄대회 등 장외 투쟁,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요구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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