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청구 사건의 첫 변론이 12일 열렸다. ‘헌법재판관 3인 공석’으로 인해 정지될 뻔했던 심판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변론부터 이 위원장이 취임 직후 ‘방통위 2인 체제’에서 내린 KBS 신임 이사진 임명 등 의사결정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국회와 이 위원장 측이 첨예하게 맞붙었다. 양측은 방통위 2인 체제가 만들어진 책임을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탄핵심판 청구인인 국회 측은 이날 헌재에서 열린 첫 변론에서 ‘방통위의 2인 체제’가 했던 의결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법원 판결을 근거로 제시했다. 국회 측은 “2인 체제는 헌법상 법치주의와 방통위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며, 방통위 회의는 재적 위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7일 MBC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처분 취소소송에서 “방통위법상 최소 3인 이상 구성원의 존재는 의사결정에 필수 전제요건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반면 이 위원장 측은 “법과 절차에 따라 수행했다”고 맞섰다. 방통위법이 ‘정원의 과반수’가 아닌 ‘재적 위원의 과반수’를 기준으로 회의를 의결하도록 한 점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 측 최창호 변호사(법무법인 정론)는 “방통위법은 정파성 등으로 인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의결이 가능하도록 의결 정족수를 정원이 아닌 재적 과반수로 뒀다”고 말했다. 재적 위원 2명인 회의에서 2명의 찬성으로 안건이 의결됐다면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날 변론에서는 국회가 방통위원 3인 추천 몫을 1년 넘게 공석으로 두면서 ‘2인 체제’를 사실상 방기한 것 아니냐는 점도 쟁점이 됐다. 최 변호사는 “국회는 방통위 2인 체제를 위법이라고 하면서도 해소할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다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했다”고 말했다. 앞서 야당은 지난해 3월 야당 몫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자로 최민희 현 민주당 의원을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은 7개월이 넘도록 임명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최 의원이 후보자에서 사퇴한 이후 국회에서는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자에 대한 의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김형두 헌재 재판관은 “국회가 국회의 의무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국회 측에 “지난해 8월 이후 지금까지 방통위가 회의체로서의 기능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국회가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고 국가기관인 대통령이 국회가 추천한 방통위원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이 위원장은 “국회가 여당이 추천한 저와 함께 민주당이 2명을 추천해서 의결했다면 5인 체제가 완성됐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변론에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90개 시민언론단체 등이 모인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 2인 의결은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파괴했다”며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판결을 촉구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 위원장은 초등학생도 아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고 의결했다”며 “헌재는 이 위원장이 복귀한다고 했을 때 방송통신 정책이 어떻게 될지를 심도 있게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