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부터 한동훈까지···대통령이 힘으로 찍어누른 당정 관계

조미덥 기자

[쿠오바디스, 윤석열 정부]⑤

여당은 용산의 ‘여의도 출장소’ 오명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지난달 21일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면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지난달 21일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면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년 6개월동안 당대표 3명, 비상대책위원장 4명….

윤석열 대통령 임기 전반기, 혼돈의 당정 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다. 당정은 국정 어젠다를 제시해야 할 임기 초에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여당 대표를 몰아내고 새 리더십을 세우느라 공력을 소모했다. 대통령이 힘으로 당을 찍어누르는 양상이 이어지면서 당내 갈등이 반복됐다.

당정 관계는 윤 대통령 임기 초부터 혼란을 거듭했다. 지난 대선 때 억지로 봉합한 윤 대통령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이 2022년 6·1 지방선거 후 터져나온 게 신호탄이었다. 당내 절대 다수였던 친윤석열(친윤)계는 이 전 대표의 성접대 의혹을 당 윤리위에 올려 당원권 정지 징계를 관철시켰고, 2022년 8월 이 전 대표 체제는 무너졌다.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 축출을 언급하며 ‘체리따봉’ 이모티콘을 사용한 것이 윤 대통령 의중을 드러낸 상징적 장면이 됐다. 여권 내홍으로 윤 대통령을 당선시킨 연대 축 중 하나가 사라지고, 국정지지율은 크게 떨어졌다.

사상 초유의 집권 초 여당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주호영 비대위’는 이 전 대표의 비대위 전환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으로 한달 만에 무너지고 ‘정진석 비대위’가 재출범하는 혼란을 겪었다. 이듬해 3·8 전당대회는 ‘윤심 대회’가 됐다. 당원투표 100%로의 룰 개정, 대통령비서실장의 잠재적 당권주자 공개 비판 등의 과정을 거쳐 친윤계의 노골적인 지원을 받은 김기현 전 대표가 당선됐다.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여당의 첫 1년은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당대표를 축출하고 대통령 뜻에 맞는 리더십을 세우는데 소진됐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 중심의 당정일체를 강조하는 친윤계 목소리가 부각되면서 당정간 견제·조정 능력은 퇴색했다. 여당이 용산의 ‘여의도 출장소’가 됐다는 자조가 여권 내에서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윤 대통령 주도의 당정 관계, 제어력을 잃은 여당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여당은 윤 대통령이 사면·복권시킨 김태우 후보를 내세워 총력전을 폈지만 참패했다. 이후 ‘인요한 혁신위’가 등장해 중진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장제원 전 의원만 응했고, 불출마를 거부한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과 불화를 빚으며 사퇴했다.

세 번째 비대위원장이자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오른 한동훈 대표와의 ‘윤·한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선 대통령비서실장이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두고 쓴소리를 한 비대위원장에게 사퇴를 권해 논란이 됐다. 한 대표 취임 후에는 대통령 독대 요청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갈등이 반복돼 왔다. 지난 7일 대통령 기자회견 후 봉합에 나선 모양새지만 언제 다시 갈등에 불이 붙을 지 알 수 없다.

한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12일 통화에서 “검찰총장을 하다 바로 대통령이 돼 당정을 검찰총장과 일선 검찰청의 관계 비슷하게 인식한 것 아닌가 싶다”며 “임기 후반부엔 당을 본인 뜻대로 맞추려 하지 말고, 당에서 전달되는 국민 여론을 잘 수용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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