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쌈짓돈’ 예비비, 야당 주도로 기재위 소위서 절반 삭감

김윤나영 기자

예비비 4조8000억원 → 2조4000억원

야당 주도로 소위 통과, 정부·여당 반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윤상 2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윤상 2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14% 넘게 증액한 4조8000억원 규모의 예비비가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절반 삭감됐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기재위 예산결산기금심사 소위원회에서 4조8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비비 중 절반인 2조4000억원을 감액한 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예비비 삭감에 동의한 적이 없다”면서 회의장을 집단 퇴장했다. 기획재정부는 ‘야당이 예비비를 삭감하면 여야가 그간 합의한 증액 예산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해외순방 등에 끌어쓰는 예비비는 일반 예산과는 달리 국회가 사용 내역을 사전에 검증할 수 없어 ‘정부 쌈짓돈’으로 불린다. 야당은 정부가 세수결손을 이유로 지방교부세를 삭감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해놓고 예비비만 증액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예산소위 위원장인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예비비를 대통령 해외순방에 더 끌어쓰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해외순방 예산은 일반예산에 반영하고 삭감한 예비비는 민생을 위해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감염병 재유행 가능성’을 이유로 예비비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6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경제 안보의 시대이기 때문에 정상외교나 정부의 외교 활동이 굉장히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며 대통령 해외순방에 예비비를 끌어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여야 합의 없이 예비비 삭감안이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국민의힘 소속인 송언석 기재위원장이 안건 상정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야당이 기재위를 우회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박정 민주당 의원)에서 예비비 삭감을 추진할 가능성은 남았다. 국민의힘은 정부 측과 예비비 삭감 규모를 조정해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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