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4수 끝 대권 ‘김 전 대통령’ 존경하는 인물로 꼽아
정치권선 ‘인맥 찾아라’ 분주…박지원·반기문 등 떠올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한국의 인연은 바이든이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서 넥타이를 얻어 바꿔 맨 일화는 그를 미국 내 ‘지한파 정치인’에서 ‘대통령’으로까지 인도해준 행운의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바이든 당선자는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지지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의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여야 정치권은 일제히 ‘바이든과의 인맥 찾기’에 나섰다.
바이든 당선자와 한국의 인연 중심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다. 두 사람은 김 전 대통령이 1980년대 초 미국 망명생활을 하던 때부터 만났다. 바이든 당선자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김 전 대통령을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72년 최연소 상원의원이 됐으면서도 ‘대선 3수생’인 바이든 당선자로선 젊은 시절부터 국회의원을 하며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4수’ 끝에 대통령에 오른 김 전 대통령이 ‘롤 모델’이 됐다는 평가다.
두 사람의 우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은 2001년 청와대에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바이든 당선자와 김 전 대통령이 오찬 중 즉석에서 넥타이를 바꿔 맨 것이다. 김 전 대통령 넥타이에 수프 얼룩이 있었지만 바이든 당선자는 오히려 무수한 역경을 딛고 청와대에 입성한 김 전 대통령의 좋은 기운이 언젠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희망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인연은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도 나타났다. 바이든 당선자는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이 된 뒤 2013년 방한해 직접 손녀를 데리고 비무장지대(DMZ)를 돌아봤다. 당시 그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다지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 보좌관이었던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자는 굉장히 친한파고 한국 문제를 정확하게 안다”며 “주한미군 유지비 문제 등 한·미 간 여러 갈등이 더 빨리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야에서는 각각 당내 ‘친바이든’ 인사들을 찾아 이들을 통해 ‘차기 바이든 행정부’와의 소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에서는 우선 김 전 대통령 측근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꼽혔다. 1970년대 초반부터 재미사업가로 활동한 박 원장은 바이든 당선자와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역시 바이든 당선자와 여러 차례 만났다. 향후 문재인 정부의 대미·대북 외교에서 두 사람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당 ‘한반도 태스크포스(TF)’가 오는 16일부터 방미해 바이든 당선자 측 주요 인사들을 만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야권에서는 박진 의원이 2008년 한·미 의원외교협의회 단장으로 미국을 방문해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바이든 당선자와 1시간가량 독대한 바 있어 ‘바이든 인맥’으로 꼽힌다. 조태용 의원도 바이든 정부 초대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토니 블링컨 선임자문과 교분이 깊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유엔 재직 시절 부통령이던 바이든 당선자와 활발하게 소통했다.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글로벌외교안보포럼은 12일 반 전 총장을 초청해 토론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