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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대위 ‘성추행 축소’ 청와대에 고발했지만 안 통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피해자 여군대위가 호소문과 함께 공개한 가해자 민간인과의 카톡 대화 캡처. 사진 크게보기

피해자 여군대위가 호소문과 함께 공개한 가해자 민간인과의 카톡 대화 캡처.

공군 여성 대위 성추행 사건을 직접 조사한 공군본부 감찰실 조사관이 지난 4월 ‘공군 군사경찰과 법무관실에서 사건이 왜곡·축소됐다’며 이 과정에서 공군 수뇌부가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청와대에 공익 목적의 내부고발을 한 사실이 5일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이 사건을 조사했던 당사자인 공군 감찰실의 A 조사관이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권력형 부조리에 대해서 고발합니다’란 제목의 A4 용지 40여쪽 가량의 문서에서 여성 대위 성추행 사건 조사 및 수사과정에 공군 수뇌부의 권력형 부조리가 개입됐다는 내용의 공익 고발을 했다”고 밝혔다. 이 고발 문건에는 성추행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여당 중진의원의 개입 정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 수뇌부와 해당 의원은 이를 부인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A 조사관이 지금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성추행 피해자 이모 중사 사망사건이 공군 지휘부의 부조리한 태도로 이미 예견된 사항이었고, 여성 대위 성추행 사건만 제대로 처리됐어도 이 중사 사건은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A 조사관이 성추행 피해자인 공군 여성 대위의 억울함과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고발 문건을 청와대로 보냈지만, 청와대가 이 고발 문건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이첩했다”며 “권익위는 이를 다시 국방부 감사관실로 내려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A 조사관이 공익 고발건이 다시 군(국방부)으로 되돌아오자 크게 실망해 고발을 자진 취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공군 수뇌부와 여당 중진의원연루 의혹이 있는 공익 고발을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조사하지 않고, 국방부로 다시 떠넘긴 것은 사건의 파장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는 분위기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도 지난 1일 정례 브리핑에서 ‘권익위가 공익 고발 문건에 대해 국방부 감사관실에 감찰 의뢰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부 고발인이) 민원을 취하했기 때문에 감사관실이 감사에 착수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 사건은 2019년 9월 발생했다. 공군 여성 대위가 출장 후 부대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직속상관인 B대령의 강요로 술자리에 동석했다가 B대령 민간인 지인에게 택시 안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B대령을 강요와 성추행 방조 등으로 신고했다. 당시 조사를 벌인 공군본부 헌병·검찰·법무실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B대령을 무혐의 처분했다.

국방부와 공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사건을 조사했던 A 조사관은 공군 수뇌부가 중징계처분을 받아 마땅한 비위행위를 저지른 B 대령을 비호하기 위해 감찰 조사 중인 자신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부당한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공군 군사경찰과 공군 검찰부가 B 대령의 경미한 처분을 위해 짜맞추기 수사한 의혹이 있으며, 법무실 징계담당 법무관은 B 대령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을 했다고 주장했다.

A 조사관은 청와대에 보낸 고발 문건에서 “군내 법무병과가 기소권과 징계권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사실상 군사경찰의 수사까지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전관예우를 통해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불평등한 선례를 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군 여성 대위는 최근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가 성폭력 특별신고 기간을 운영하자 이 사건을 다시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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