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집단감염 '셀프 감사’···책임 떠넘기기 '표적감사'용인가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특수임무단이 지난 19일 문무대왕함 출항에 앞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국방부

특수임무단이 지난 19일 문무대왕함 출항에 앞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국방부

국방부가 22일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백신 접종 행정을 관할하는 박재민 국방차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가 청해부대에 대한 백신 미접종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국방부 자체 감사가 정상 작동할지 군 안팎에서는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 벌써부터 군 수뇌부에 면죄부를 주고, 실무부서에 떠넘기기식 감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감사는 감사원 차원에서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 감사관실이 오늘부터 다음달 6일까지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각 기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다”며 “상황에 따라 기간은 연장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감사 대상은 청해부대에 대한 작전지휘와 부대 관리 책임을 맡는 합참과 해군작전사령부, 해군본부, 국방부 관련 부서, 국군의무사령부 등이다. 청해부대 장병들에 대해서는 비대면 서면조사나 코로나19 치료 후 조사를 할 예정이다. 청해부대 34진(4400t급 문무대왕함)은 장병 301명 중 90%인 271명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으며, 함정 승조원 전체가 배에서 내려 수송기로 후송됐다. 세계 해군사에 첫 사례다.

국방부는 이번 감사에서 파병 준비 단계부터 함정 내 집단감염에 대한 초기 대응 적절성, 지휘보고 체계, 방역 지침 운영 등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제기한 전반적인 의혹을 규명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이번 감사 결과를 통해 대응에 문제가 드러난 기관이나 담당자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린다는 방침이다.

감사관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문무대왕함 유입 경로부터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문무대왕함은 지난달 28일부터 7월1일까지 3박4일간 군수품 적재를 위해 아프리카 해역 인접국에 기항했다. 당시 10여 명이 군수품 적재를 위해 육상에 내렸다. 문무대왕함에 승선했던 도선사나 적재한 식료품 자재가 우선적인 감염경로로 꼽힌다. 문무대왕함 조리장은 첫 폐렴 환자였다. 기항 기간 일부 승조원이 함정을 이탈했는지도 감사 범위에 포함된다.

고열 증세를 보이는 최초 감기 환자에게 격리조치 없이 감기약만 처방했다는 의혹도 규명 대상이다. 문무대왕함에는 군의관이 두 명 있었고, 감염 의심자에 대한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또 국군의무사령부까지 원격 통화로 진료에 동참했는데 단순 감기로 오인하고 적절한 조처가 이뤄지지 못했다.

지휘명령과 지휘보고 체계가 제대로 가동했는지도 감사 대상이다. 지난 2일 최초 감기 환자가 발생한 이후 지속해서 감기 증상자가 나왔는데도 청해부대에서 합참으로 감기 증상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최초 보고는 8일이 지난 10일에서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지난해 12월 장기 출항 함정에 코로나19 감별을 위한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는데도 ‘신속항체검사 키트’만 가져간 것에 대해서는 해군이 감사 대상이다. 출항 준비는 해군에서 하기 때문이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34진이 임무를 수행한 5개월여 동안 합참이 백신접종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부분과 지난해 6월 해외 파병부대에 하달된 코로나19 지침(매뉴얼)의 적절성 여부도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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