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원 인터뷰

"우리가 배(문무대왕함)를 몰고 가자며 울었다··· 함장은 산소호흡기로 버텨"읽음

국방부공동취재단박성진 안보전문기자
특수임무단이 지난 19일 아프리카 현지에서 문무대왕함 방역을 준비하고 있다. 국방부

특수임무단이 지난 19일 아프리카 현지에서 문무대왕함 방역을 준비하고 있다. 국방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원들은 아프리카 현지 기항지에서 들여온 식자재와 물품 등을 통해 조리병들부터 먼저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23일 충북 보은의 생활치료센터에서 원격으로 국방부공동취재단과 인터뷰에 응한 청해부대 34진(4400t급 문무대왕함) 승조원들은 코로나19 집단감염 현장에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승조원들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자 발생 초기부터 걷잡을 수 없이 유증상자가 늘어나는 상황까지 곳곳에서 아쉬운 대목을 토로했다.

간부 A씨는 외부인과의 접촉을 통한 감염보다는 현지에서 공급받은 식자재를 의심했다. 그는 “해산물이나 야채 같은 것은 바구니에 담겨서 래핑만 돼 있다”며 “냉동제품들은 약품처리 하고 들어오지만 부식 포장 상태도 부실해 그걸 통해서 들어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는 “모두 초기에는 감기라고 믿었다”며 “첫 조리병 감기 발생 이후 같은 침실을 쓴 쪽에서 감기 환자가 발생했는데 코로나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 감기증상과 같았고 환자가 차츰 늘어났다”며 “어느 순간부터 환자가 80명 정도 생기고 급속도로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코로나19가 번질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밝혔다.

A씨는 “배에서 순찰을 돌고 하는 직책이다 보니까 대원들을 많이 알고, 의무실 환자 체크하고 그랬다.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피를 토하고 살려달라는 대원은 없었다. 다들 견디고 코로나인줄 알면서도 밝았다. 서로에 격려하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환자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 약도 부족했다”며 “유류도 부족해서 저속으로 항해했다. 악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조리원들이 정말 몸이 안 좋고 그랬을 때는 자체적으로 다른 승조원들도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전투식량으로 이틀간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간부 B씨는 “날이 갈수록 환자들이 계속 늘었는데 격리된 사람들 중에는 가래가 많이 올라온다는 이들이 많았다”며 “아프다고 보고한 뒤에는 쉬었는데 증상이 3일 정도 지나고 열이 떨어지면 (의무실에서) 환자를 해제해 일과를 다시 수행했다”고 말했다.

B씨는 “밀집된 함정은 집단감염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라며 “(함정) 침실이 보통 적게는 16명, 많으면 36명까지 같이 쓰도록 설계돼 있어 침대도 3층 침대에 서로 마주보고 사는데다, 화장실도 시간을 나눠 쓰지만 그 사이 바이러스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간부 C씨는 “부식들이 포장이 깔끔하지 않고 지저분했다”며 “아프리카가 코로나가 창궐한 곳이어서 소독약을 뿌리고 방역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병사 D씨도 “(보급품) 양이 엄청나게 많았다. 부식 박스가 훼손되거나 녹은 것도 있었다”며 “정확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지만 초반에 대부분 조리병이 걸린 걸로 봤을 때 조리병이 감염된 것”이라고 말했다. 병사 E씨는 “(보급받은) 계란 품질이 다른 곳에 비해 깃털이나 흙이 묻어 좀 더 더러웠다”며 “세척하지 않은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신속항원검사 장비가 아니라 신속항체검사 장비를 쓰면서 코로나19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정황이 승조원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B씨는 “초반에는 감기 증상자로 판단했고 감기증상자가 100명쯤 됐을 때 키트검사를 실시했다. 7월9일로 기억한다”며 “여기서 모두 음성이 떠버리면서 코로나 확률은 낮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증세가 호전된 인원이 다시 임무에 투입된 정황도 파악됐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B씨는 “증상이 3일 정도 지나면 환자에서 해제가 돼 일과를 수행했다”며 “온도가 정상으로 나오면 의무참모가 판단해 감기에서 나았다고 생각하고 해제시켰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알고 난 뒤 철수하는 과정에서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뒤섞였을 가능성이 있다. B씨는 “(PCR)검사 자체는 총원이 받았는데 검사 결과가 한 번에 안 나오고 단편적으로 나왔다”며 “누가 음성인지 양성인지 몰라서 한 번도 안 아팠던 사람들을 격리시키는 것으로 조치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현지 정부가 문무대왕함 입항을 허용하지 않아 철수가 늦어진 정황도 드러났다. C씨는 “원래는 14일 단위로 입항했다, 부식작업도 하고 피로도도 낮출 수 있으니. 그런데 입항을 거부당했다”며 “원래 7월15~16일 입항해야 했는데 입항을 거부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D씨는 “입항을 바로 못하고 현지 앞바다에서 둥둥 떠다녔다. 현지에서 부두 자리가 없다고 저희를 기다리게 했다”며 “지휘부에서도 계속 자리 알아본다고 전화하고 했다. 그 사이에도 환자는 하루에도 20명씩 늘었다”고 밝혔다.

문무대왕함을 현지에 두고 귀국해야 하는 상황에서 승조원들은 끝까지 책임있는 태도를 보였다. C씨는 “배를 두고 내려야 된다는 말이 나왔을 때 ‘음성자들만 한국에 보내자’, ‘양성자들은 면역체계가 생기지 않겠느냐’, 우리가 배를 몰고 가야 한다‘ 하면서 울었다”며 “지휘관과 부함장은 무선으로 지시했고 함장도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버텼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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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공동취재단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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