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군사훈련 이후 북한의 행보에 주목

유신모 기자
지난 2일 하반기 한·미 연합훈련을  앞둔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한·미는 북한의 강력한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연합훈련을 계획대로 시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평택/연합뉴스

지난 2일 하반기 한·미 연합훈련을 앞둔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한·미는 북한의 강력한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연합훈련을 계획대로 시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평택/연합뉴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당초 예정대로 이달 16일 시작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훈련 중단을 강하게 요구해온 북한의 이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응과 대응 행보가 당분간 한반도 정세의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미 군사훈련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던 북한은 이번에 특별히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공개적으로 훈련중단을 요구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1일 담화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라고 규정하고 “우리 정부와 군대는 남조선 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 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하여 예의주시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도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김 부부장의 담화에 담고 있는 메시지는 이중적이다. 특히 김 부부장의 공개적이고 고압적인 중단 요구 담화는 한국 내 여론을 자극해 오히려 군사훈련 중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임을 북한이 몰랐을 리 없다. 따라서 김 부부장의 담화는 훈련 중단 요구와 훈련이 강행된 이후에 대한 포석을 함께 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김 부부장 담화 이후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국내 여론은 더 강경해졌고 군사훈련 연기 또는 축소를 원했던 문재인 정부의 행동반경도 좁아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자신들의 요구로 한·미 군사훈련이 중단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김 부부장의 담화 등을 통한 공개적이고 강력한 중단 요구는 한·미 군사훈련 강행 이후 북한의 행보에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남북대화 재개를 강력히 원하는 문재인 정부를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남북통신선 복원을 통해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최소한 조치를 취한 뒤 김 부부장 담화에서 드러난 것처럼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흘리면서 문재인 정부가 훈련 중단을 위해 미국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전직 고위당국자 출신의 외교안보 전문가는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 군사훈련 중단을 이끌어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북한이 남북관계와 한·미 군사훈련을 연계한 것을 보면 실제로 남북관계 진전이나 남북정상회담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한·미 군사훈련 이후 북한이 준비하고 있는 행보가 무엇인가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 강행을 이유로 이전보더 훨씬 강경하고 도발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3일 전체회의에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한·미 군사훈련이 예정대로 실시되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했다고 전한 바 있다. 향후 북·미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한·미 군사훈련의 수위에 맞춰 대응 수준을 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북한이 처한 국내외적 상황과 북한의 유일한 후원자인 중국이 한반도 분란을 원치 않는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도발적 대결 자세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번 한·미 군사훈련은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점,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 구상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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