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SLBM 의미 축소에 급급한 외교안보부처 장관들읽음

유신모 기자
외교안보 부처 수장들은 21일 국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해 ‘도발’이라고 부르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을 불렀다. 왼쪽부터 서욱 국방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외교안보 부처 수장들은 21일 국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해 ‘도발’이라고 부르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을 불렀다. 왼쪽부터 서욱 국방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외교부·국방부·통일부 등 외교안보 부처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가 열린 21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장관들은 북한의 행동을 과대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한 정확하고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였지만,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 있는 정부가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평가절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북한 동향과 관련한 질의에 “북한이 미사일을 지속 발사하는데 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까지 하지는 않는가에 대해서는 결정적인 파국으로 가지는 않으려는 것일 수 있다”고 답했다. 전날 통일부 당국자가 “핵실험, ICBM 발사 등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여전히 대화의 조건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밝힌 것과 연장선상에 있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 장관의 발언은 SLBM 발사의 의미와 파장을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북한이 3년 전에 이미 장거리 핵미사일 능력을 입증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핵실험과 ICBM 발사를 하지 않는 것에 큰 정치적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SLBM 발사가 안보 도발이라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도발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서 장관은 “도발이라는 것은 우리의 영공, 영토, 영해에 피해를 끼치는 것이고 국민들한테 피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이번 발사는 (도발이 아니라) 북한의 위협”이라고 말했다.

서 장관의 발언은 도발을 ‘대한민국 국민 또는 영역에 위해를 가하는 모든 행위’라고 규정한 통합방위법의 개념을 설명한 것이지만,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발이 아니라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안보분야의 한 전문가는 “북한이 과거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때 국방부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도발로 표현한 적이 있고, 미국도 도발이라는 표현을 쓴다”면서 “서 장관의 발언은 이런 것들이 모두 잘못된 표현이라고 말한 셈”이라고 말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우리 정부가 성공한 SLBM은 북한이 발사한 SLBM보다도 월등히 기능이 우세하다”면서 “우리 국민들께서도 자신 있게 좀 알고 계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북한이 핵무장한 상태여서 SLBM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근본적인 차이점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직 관료출신의 한 전문가는 “국방부 장관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도발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통일부 장관은 ICBM을 쏜 것이 아니라서 대화의 사인이라고 해석하고, 외교부 장관은 우리 미사일이 더 좋은 것이어서 문제가 안된다고 말하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면서 “정부가 대화 재개 추진에 매몰돼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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