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문제 핑계로 한미일 공동기자회견 거부한 일본의 노림수는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일본이 한·일 양자 간 문제를 이유로 미국이 마련한 한·미·일 외교차관 공동기자회견을 보이콧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미 국무부는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 이후 공동기자회견을 준비했으나, 모리 다케오(森 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지난 16일 한국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이유로 공동기자회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공동기자회견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의 단독회견으로 변경됐다.

협의에 참가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일본 측이 우리 경찰청장 독도 방문 문제로 회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면서 “한·미·일 차관협의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개최국인 미국이 단독 회견을 통해 결과를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가운데)이 17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왼쪽)에게 독도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차관. 외교부 제공

최종건 외교부 1차관(가운데)이 17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왼쪽)에게 독도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차관. 외교부 제공

한·일 양국의 갈등은 항상 있었던 것이지만, 일본이 안보문제를 포함한 한·미·일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까지 한·일 갈등 현안을 끌고 간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일본이 이 같은 초강수를 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은 이전에도 있었다. 2009년에도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이 현장 점검차 독도를 방문한 적이 있었으나 일본은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한 일본 문제 전문가는 이에 대해 “2012년 이명박 대통령 독도방문을 계기로 한·일 관계는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급전직하했다”면서 “이번 일은 한·일 관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험악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측은 기시다 내각 출범 직후 한국의 치안총수가 독도를 방문한 것에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독도 문제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국내적 압력이 커진 것도 이번 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공동기자회견 거부는 국내정치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 일본이 한국과의 갈등을 이유로 미국이 준비한 판을 엎어버리는 ‘과감한’ 행동을 한 것은 미·일 관계에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독도가 영유권 분쟁지역임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계획된 일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외신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한·일 독도 분쟁의 역사와 과정을 소개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도 기다렸다는 듯이 이에 대한 외신 취재에 적극 응하고 있다.

이번 3국 협의를 주최한 미국은 아시아의 핵심 동맹국들의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에 대해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해온 미국은 이번 일로 큰 타격을 받게됐다.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일을 한데 묶어 아시아 전략의 핵심 요소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구상에 구조적인 결함이 있다는 사실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러나 미국이 독도 문제에 개입하거나 중재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셔먼 부장관은 이날 단독 기자회견을 갖게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일 사이에서 해결돼야 할 일부 양자 간 이견이 있었으며 그 중 하나가 오늘 회견 형식의 변화로 이어졌다”고 말해 독도 문제는 한·일 양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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