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결정”이라지만…미·중 ‘편 가르기’에 고민 큰 한국

정대연 기자

미, 올림픽 보이콧 파장

<b>두 달도 안 남았는데…</b> 중국 베이징에서 7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이 59일 남았음을 알리는 카운트다운 시계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 | 로이터연합뉴스

두 달도 안 남았는데… 중국 베이징에서 7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이 59일 남았음을 알리는 카운트다운 시계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 | 로이터연합뉴스

청 “동참 요구 없다” 했지만
당장 민주주의 정상회의서
관련 문제 다뤄질 가능성 커

중, 한국 끌어들이기 적극적
정부, 다른 미국 동맹국 주시

미국이 6일(현지시간) 내년 2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부 차원의 대표단이 참석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하면서 한국 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밀착한 한국이 미·중 사이 시험대에 올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방침에 대해 “다른 나라의 외교적 결정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사항은 없다”며 “우리 정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018년 평창, 2021년 도쿄에 이어지는 릴레이 올림픽으로 동북아와 세계 평화·번영 및 남북관계에 기여하게 되기를 희망한다는 기본 입장을 계속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지해 왔다”며 “(미국 측이) 보이콧 동참 등 관련 요구를 해온 바는 없다”고 밝혔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도 “우리는 동맹국에도 이 결정을 알렸고, 명백히 그들 각자가 결정하도록 맡겨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결정은 동맹국·우방국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오커스(미국·영국·호주 3자 외교안보협의체), 파이브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자 기밀정보 동맹),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자 안보협의체) 등 참여국들이 우선 보이콧에 동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인권침해를 올림픽 보이콧 이유로 제시한 상황에서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인권 문제에 눈을 감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러시아 견제를 위해 오는 9~10일 화상으로 개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약 110개국 정상이 초청받았는데, 당장 이 자리에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문제가 다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도 한국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최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와 잇따라 만났다. 이후 중국 매체들은 한국 측의 베이징 올림픽 지지 발언을 집중 보도했다. 중국이 미국 등 서방의 견제 포위망을 뚫기 위해 한국을 포섭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내년 초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중 정상회담 때는 중국의 올림픽 참여 요구가 더 커질 수 있다.

정부는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선택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처한 현실상 미·중 가운데 하나를 전적으로 선택하기가 어려운 만큼 균형점을 찾는 데 주력하려는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과 미·중이 참여하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추진하려던 정부 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정상들이 모일 수 있는 올림픽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정부는 올림픽이 종전선언의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종전선언은 미·중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양국 대립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이날 ‘2021 서울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 개회식 영상 축사에서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첫걸음”이라며 “화해와 협력의 새 질서를 만들고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에 대한 여전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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