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요청한 군용물자에 러시아제 ‘T-80U 전차’도 포함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총 150 ~ 200개 품목 확인

‘불곰사업’을 통해 도입돼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대항군연대 전차로 활용되고 있는 러시아제 ‘T-80U’ 전차. 국방일보 제공

‘불곰사업’을 통해 도입돼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대항군연대 전차로 활용되고 있는 러시아제 ‘T-80U’ 전차. 국방일보 제공

경협차관 현물로 받은 30여대
미공개 무기체계도 언급 당혹

정부, 미국 측에 판매할 경우
러, 한국 강력한 제재 가능성
남북관계 악영향…대응 주목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당초 한국 국방부에 요구한 군용물자는 150~200개 품목에 달했던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품목은 비살상용 군수물자는 물론 살상무기를 모두 망라했다. 이 가운데는 한국군이 불곰사업으로 들여온 러시아제 T-80U 전차도 포함됐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통화하면서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

군 관계자는 “양국 장관의 통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양측 국방부 실무자 간에 현안을 조정했다”며 “여기서 우크라이나 국방부 측은 150~200개 품목에 달하는 군수물자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측이 요구한 무기 리스트에는 T-80U 전차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특정 무기체계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외부에 공개가 안 된 특정 무기체계를 언급해 군 관계자들도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미국 측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는 한국군 무기 리스트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제 T-80U는 경협차관을 현물로 갚는 불곰사업을 통해 1996년부터 30여대가 도입됐다. 현재 육군 제3기갑여단에서 일부를 운용하고 있고,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도 10여대가 대항군연대 전차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이 T-80U 전차 등 한국군이 운용하는 무기를 구입해 우크라이나군에게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어, 이럴 경우에 한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신속히 지원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방어 무기대여법’을 가결했다. 무기대여법이 발효되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무기를 실시간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일단 원하는 무기를 빌려 쓰고 전쟁이 끝난 이후에 그 대가를 지불하면 된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지원되는 무기를 미국에 판매할 경우 러시아는 한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 또 러시아가 북한과 한층 더 밀착하면서 한·미·일, 북·중·러 구도가 강화돼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 11일 국회 화상연설에서 한국 정부에 러시아의 탱크, 배,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군사 장비를 달라고 요청했다. 국방부는 방탄조끼, 전투 식량, 마취기, 야전용 지혈대, 항생제 등 비살상용 군수물자를 보낼 수 있다며 거절했다.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