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와 가까워진 만큼 중·러와 ‘거리’

마드리드 | 유정인 기자

나토 정상회의 마친 윤 대통령

나토와 가까워진 만큼 중·러와 ‘거리’

나토의 모토인 ‘가치 연대’ 합류
윤 “국제사회 복합적 안보 위협”
한·미 동맹 넘어 협력의 폭 넓혀
중국은 반발 ‘외교 리스크’ 강화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열린 사흘간의 첫 다자 외교 데뷔전을 마무리했다. 자유민주주의 기반의 가치 연대를 내세워 미국 중심 군사동맹인 나토, 일본과의 거리를 좁히고 중국·러시아와의 거리를 벌렸다. 중국 리스크라는 불안 요소를 강화했다.

대통령실은 28~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이뤄진 윤 대통령의 외교 일정에서 당초 계획한 목표를 “기대 이상으로 달성했다”(고위관계자)고 자평했다. 한국 정부는 가치와 규범의 연대, 신흥 안보 협력의 강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세 가지 목표로 제시해 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세 가지의 목표 사업이 충분히 충족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가치 규범 연대 목표에선) 분쟁이나 전쟁도 다른 지역의 전략 상황과 함께 합치고 연결시키면서 지역별 협력이 시너지를 내야 된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반도체, 차세대 배터리, 원자력 건설 등 신흥 안보 협력 분야에선 “국제사회가 한국의 역량을 미리 인정하고 협력을 제안해 왔다”는 것을 성과로 들었다.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도 10건의 양자회담 등 총 16개 외교일정을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정상 외교를 잘 풀어갈 수 있는 첫 단추를 맺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연결고리로 삼아, 나토가 주장하는 ‘가치’ 중심 연대에 합류하는 행보를 폈다. 대통령실은 정상회의 참석이 “반중·반러 정책으로 선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현지에선 나토의 중국·러시아 견제 기류에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연설에선 “우리의 협력 관계가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수호하는 연대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또 “국제사회가 복합 안보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나토의) 신전략개념에 반영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나토 관심도 이런 문제의식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나토의 중국·러시아 견제 강화에 호응한 것이다.

이는 큰 틀에선 한·미 동맹을 외교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고 미국과 행보를 같이하려는 윤석열 정부 외교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가 주도하는 나토와 협력폭을 넓히고,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 핵심축인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면서 한·미 동맹 격상 기조를 이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윤 대통령은 3각 공조 강화를 강조했다.

■한·일관계 개선 의지 확인…과거사 문제가 선결 과제

나토, 한·미·일과의 밀착행보는 중국과의 갈등을 누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로 ‘전략적 모호성’ 폐기를 시사한 데 이어, 확고하게 미국으로 기운 외교 전략을 펴는 중이다.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나토에 참석한 한국과 일본에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리스크가 전체 한국 외교정책의 불안요소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이번 마드리드 일정은 윤 대통령이 처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는 자리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한·일 정상회담은 불발됐지만 두 정상은 한·미·일 정상회담,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4개국 회동 등에서 마주치며 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스페인 국왕 주최 만찬에서 기시다 총리와 대화한 후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란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 ‘바텀업’(상향식)이 아니라 ‘톱다운’(하향식)의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정상끼리는 (관계 개선에 나설) 준비가 다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제는 남아 있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선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하는 데다, 독도와 일본교과서 문제 등 돌출 이슈로 한·일관계가 다시 경색되는 일도 적지 않았다. 한·일관계는 두 나라의 국내 정치에도 예민한 이슈인 만큼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뒷받침돼야 하는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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