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불이익’ 노출된 군 성폭력 피해자들···군인사법 개정 놓고 갑론을박

강연주 기자
군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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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치료 목적으로 쓰는 휴가가 ‘진급 최저복무기간’에 산입되지 않아 진급에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와 인사혁신처는 타 부처 공무원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계급 정년이 있는 군에서는 일반 공무원과 다른 인사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급도 불이익 받는 군 성폭력 피해자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에 따라 성폭력 피해자들은 치료를 목적으로 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군에서는 인사상 불이익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법이 보장하는 휴직을 선택하기가 어렵다. 군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휴직을 할 경우, 휴직 기간은 군인사법상 계급별 진급을 위한 최저복무기간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위에서 중위로 진급할 시 최저복무기간은 1년이다. 성폭력 피해자가 치료를 위해 3개월 휴직을 냈다면 1년3개월만에 늦은 진급이 이뤄진다. 군 판사 출신 강석민 변호사는 “군 특성상 진급 시기를 놓치면 진급 자체가 아예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성폭력 피해자가 진급 선발 대상에 오르지도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대안으로 군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보면,군인사법 26조(최저복무기간) 7항을 신설해 성폭력 피해로 인한 휴직기간을 최저복무기간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또 48조(휴직) 6항을 개정해 ‘성폭력 피해로 인한 휴직을 이유로 인사상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정부 ‘신중 검토’ 의견···전문가 “소극적 행태”

그러나 정부는 법 개정에 회의적이다. 국방부와 인사혁신처는 김 의원실에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타 직군과의 형평성’에서 어긋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성폭력으로 인한 경우라도 공무상 질병휴직 기간만 승진소요 최저연수에 산입하고 있는 타직종 공무원 인사제도와의 균형, 다른 사유로 질병휴직하는 군인과의 형평성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 개정시 진급 심사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국방부는 “해당 휴직만 진급 최저복무기간에 포함되도록 법률 개정을 할 경우 현행 진급 심사 체계상 ‘성폭력 피해’ 사실이 노출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태도가 너무 소극적이라고 비판한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피해자 신분 노출 우려는 궤변”이라며 “(사유를 명확하게 기재하지 않고) 뭉뚱그려 표현하는 등 행정상 방안을 강구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정부가 내세운 ‘형평성 주장’에 대해서도 “타직종 공무원들도 성폭력 피해 휴직을 신설하고 이를 승진소요 최저연수에 산입하는 방향을 고민해야지, 군인만 해주면 불공정하다는 소극적인 태도는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강석민 변호사도 “실무자들은 진급 심사 과정에서 자연스레 많은 비밀들을 알게 되지만 이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를 갖는다”며 “비밀유지 의무가 있는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정부 입장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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