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들’은 여전히? 고위공직자 아들들은 직할부대에 많았다

현역 판정, 전체보다 4.2%p 낮고

4명 중 1명 국방부 및 각군본부 직할부대 배치

지난 2016년 9월 강원 춘천의 102보충대 입영식에서 입영을 앞둔 청년들이 부모와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례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 2016년 9월 강원 춘천의 102보충대 입영식에서 입영을 앞둔 청년들이 부모와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례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고위공직자 아들들이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좋다고 알려진 부대에 많이 복무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전체 병사들보다 국방부 및 각군 직할부대 근무 비율이 2배가량 높았다. 또 전투병과 비율이 낮고 대도시권에서 복무하는 비율이 높았다. 아버지가 기관장이거나 관계가 있는 기관에서 복무한 사례도 보였다.

16일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정부 차관급 이상 주요 공직자, 광역·기초단체장, 국회의원 등 634명과 그 아들 574명의 병역사항(10월13일 기준)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분석 결과, 고위공직자 아들 중 현역 판정 비율은 83.8%(467명)였다. 병무청 통계에 따르면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23년간 병역의무 대상 젊은이들의 88%가 현역 판정을 받았다.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생년월일을 감안하면 대부분 이 기간 동안 판정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위공직자 아들들의 현역 판정 비율이 전체 비율보다 4.2%포인트 낮은 것이다. 이는 의무경찰 등 전환복무를 했거나 산업기능·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한 경우를 포함한 비율이다. 외국 국적이거나 아직 병역 검사를 받지 않은 17명은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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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아들들의 현역 판정 비율이 다소 낮은 것은 보충역이 9.9%(55명), 질병으로 인한 전시근로역이 4.1%(23명), 병역면제가 1.4%(8명)로 비슷한 기간 전체 평균보다 모두 다소 높은 것이 원인이었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23년간 전체 병역 판정 중 보충역은 8.2%, 질병으로 인한 전시근로역은 1.9%, 면제는 0.3%였다.

보충역은 병역판정검사에서 4급을 받은 이들이며 주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한다. 전시근로역은 5급을 받은 이들로 평시에는 병역이 면제되고 전시에만 근로소집이 된다. 6급인 병역면제는 전·평시 병역 모두가 면제되는 등급이다. 전시근로역과 병역면제를 통틀어 흔히 ‘면제’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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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역·면제 높고, 사유 ‘불안정성 대관절’ 많아

질병으로 인한 전시근로역이나 병역면제 판정 이유로는 ‘비공개’가 29명 중 8명(27.6%)으로 가장 많았다. 이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사유는 ‘불안정성 대관절’로 6명(20.7%)이었다. 이는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나 손상으로 인대 재건술을 받았거나 고도의 불안정성이 있는 경우를 뜻한다.

과거에는 이 질환으로 면제를 받는 사람이 많았고,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아 ‘병역회피 수단’으로 불리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병무청에서 ‘중점관리대상 질환’으로 관리하는 질병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검사가 엄격해지면서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는 줄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직 병역판정을 받지 않은 이들 중 검사를 연기한 이는 4명으로 이 중 3명은 해외이주, 영주권 취득 등의 사유를 들었다. 외국 국적으로 병역 의무가 없는 2명은 모두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의 장·차남이었다.

‘신의 아들’은 여전히? 고위공직자 아들들은 직할부대에 많았다

신분별로 살펴보면 광역·기초단체장 아들들의 현역 복무 비율이 85.8%로 가장 높았고, 정부 차관급 이상(82.6%), 국회의원(82.2%) 순이었다. 다만 광역·기초단체장의 경우 질병으로 인한 전시근로역 판정 비율이 전체 고위공직자 아들 평균보다 높은 5.1%였다. ‘불안정성 대관절’을 사유로 면제를 받은 6명 중 5명이 광역·기초단체장 아들들이었다.

직할부대 비율 2배…4명 중 1명 대도시 근무

배치 지역이나 부대, 부여받는 병과도 군 복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려 요소다.

고위공직자 아들들은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좋다고 평가되는 국방부와 각군 본부 직할부대 배치 비율이 25.8%(93명)였다. 국회 국방위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이 각군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직할부대 배치 병사는 전체 병사 중 13% 정도에 불과하다.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국방부 및 각군 직할부대 배치 비율이 2배 가까이 높았던 셈이다.

국방부와 각군 본부 직할부대 중 많이 배치된 부대 순으로 살펴보면 미8군 한국군지원단(카투사) 11명, 국방부 및 각군 본부 10명, 국군안보지원사령부 8명, 공군교육사령부 5명, 777사령부 5명 등이었다.

복무 부대와 병과 정보는 2019년부터 공개됐기 때문에 정보가 있는 360명만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일부 장교·부사관으로 근무한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병사로 복무했기 때문에 병사 비율만을 비교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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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 병과를 살펴보면 보병, 기갑, 포병, 함정, 방공 등 각군의 이른바 ‘전투’ 병과로 분류되는 비율이 54.7%(197명)였다. 2016년 당시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육군을 기준으로 전투 병과의 비율은 67%가량이었다. 군 기밀상 자세한 통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힘들다고 알려진 전투 병과의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복무 지역을 보면 현역, 대체복무(의무경찰 등), 사회복무, 산업기능요원 등을 포함한 전체 복무자 438명 중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등 6대 도시에서 복무했던 인원은 129명으로 27%였다. 4명 중 1명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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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으로 복무한 279명을 따져봤더니 강원도나 경기 북부 등 이른바 ‘전방’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에서 복무한 이들은 55.6%(155명)였다. 전체 부대 중 전방 부대의 비율을 정확히 추정할 수는 없어 판단은 어렵지만, 후방 지역보다 전방 지역에 배치된 비율이 다소 높은 것만은 사실이다.

아들과 같은 곳 근무, 위법은 아니지만

이들의 근무 지역을 살펴보니 공직자인 아버지가 기관장이거나 관계기관에 있었던 시절 해당 기관에서 복무한 경우도 일부 확인됐다.

고위공직자 A씨의 자녀는 2006년 1월부터 2008년 3월까지 B시의 시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는데, 이 기간은 A씨가 B시 시장으로 재임했던 기간인 2004년 6월부터 2010년 6월 사이에 들어가 있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병무청에서 무작위로 배정한 것이며, 차남은 시청사 외부의 관리소에서 근무했는데 그곳은 힘든 복무지로 꼽힌다”고 밝혔다. 복무 관리에 대해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A씨와 비슷한 사례는 2건 더 있었다. 고위공직자 C씨의 아들은 2006년 10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D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는데 이 시기 C씨는 해당 구의회 의원이었다. 현행 병무청 규정은 ‘의회의 지방자치단체’에도 배치를 제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C씨 측 관계자는 “그때 근무한 것은 사실”이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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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E씨의 아들은 2008년 4월부터 2010년 5월까지 F군의 산하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다. 이 시기 E씨는 해당 군의 군수였다. E씨 측 관계자는 “공직 생활 동안 한 번도 주소지를 옮긴 적이 없는데, 주소지가 그쪽이어서 근무한 것일 뿐”이라며 “복무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회복무요원의 복무기관은 본인이 신청할 수 있으며 배치 시에도 연고지를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병무청의 사회복무요원 소집업무 규정을 보면 지방병무청장은 부모가 소속되거나 관계된 기관에서 아들들이 복무하지 않도록 기관을 조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규정은 2010년 신설됐으니 앞의 사례에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다. 아버지 때문에 아들의 근무할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는 소지도 있다.

그렇다 해도 이 규정이 뒤늦게나마 마련된 취지는 부모와 아들이 한 기관에 근무할 경우 생길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일반인의 시선에서 보면 복무관리가 제대로 될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산업기능요원이나 전문연구요원의 경우에는 병역법에 따라 대상 업체나 연구기관의 모기업 대표이사가 4촌 이내 혈족에 해당하면 그 업체에서는 복무할 수 없다.

본인 현역 84.6%, 4명 중 1명 방위병·석사장교

이번 분석에서는 조사대상 고위공직자의 병역이행 실태 역시 살펴봤다. 이들 634명에서 여성 74명, 아직 병역사항이 공개되지 않은 1명을 제외하고 559명 중 473명(84.6%)이 현역 복무를 했다.

현역 복무라고 해서 오늘날 ‘현역’과 같은 선상에 놓고 보기는 어렵다. 현역 복무를 한 것으로 나타난 고위공직자 473명 중 21.8%(103명)가 20개월 미만의 복무를 한 것으로 보아 ‘방위병’으로 추정됐다. 방위병은 과거 징집대상자가 현역 소요를 초과하던 시절 운영됐던 제도로 1995년 공익근무요원 제도가 신설됨에 따라 폐지됐다.

3.8%(18명)는 입대일과 전역일이 같은 특수전문요원, 이른바 ‘석사장교’ 제도의 수혜를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석사장교 제도는 1980~1990년대 한시적으로 운영됐는데, 석사 학위 소지자에게 6개월간 군사 훈련과 전방 체험만 거치면 소위 임관 즉시 전역시켜 주는 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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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실질적 현역 복무로 분류할 수 있는 비율은 63% 정도였다. 군 면제 비율은 6.7%(38명)로 아들들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었다. 사유는 근시 혹은 시력 문제가 12건(31.6%)으로 가장 많았다.

육군이 2014년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출범식 때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징병 대상자 현역 판정 비율은 1986년 51%, 1993년 72% 수준이었다. 정확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를 감안하면 고위공직자들은 평균보다 현역 복무 비율이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병무청 통계에 따르면 1940~1969년생 사이의 병역 미필률은 30~40% 수준이었다. 따라서 현역과 방위병, 석사장교 등을 포함한 전체 병역 이행 비율 역시 평균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도 ‘신의 아들’이 있을까

‘공직자 등의 병역사항 신고 및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4급 이상 공직자들은 본인과 본인의 배우자 및 18세 이상인 직계비속에 대한 병역사항을 신고하도록 돼 있고 이는 관보에 공개된다. 다이브팀은 이를 통해서 자료를 수집했다.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과는 달리 이 정보는 병무청 홈페이지에서도 검색이 가능하다.

‘신의 아들’과 ‘어둠의 자식들’이라는 말이 있다. ‘돈’ 없고 ‘빽’ 없는 젊은이들만 현역으로 군대에 가는 현실을 자조적으로 빗댄 오래된 비유다. 고위공직자나 부유층 아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의 병역 문제는 늘 민감한 부분이다. 병무청은 2018년부터 지난 6월까지 고위공직자 아들 2명을 포함한 31명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공개된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고위공직자 아들들의 현역 판정 비율이 전체 국민들보다는 다소 낮은 것만은 사실이다. 통계 오차가 있을 수 있고 실제 일반인 복무를 전수로 확인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유의미한 차이로는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평가에 따라서는 병역비리가 횡행하던 과거보다는 병역 의무를 면탈하는 경우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전체 복무자들에 비해 고위공직자 아들들이 국방부 및 각군 본부 직할부대 등 상대적으로 환경이 좋다고 알려진 부대에서 더 많이 복무한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전투병과 비율이 낮고 대도시권에서 복무하는 비율도 높았다. 아버지가 기관장이거나 관계가 있는 기관에서 복무한 사례도 보였다.

이러한 배치가 곧바로 위법과 편법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아들들의 학력이나 특기, 본인의 노력에 따라 배치됐을 수도 있다. 고위공직자들에게 요구되는 높은 사회적 기준을 감안한다면 앞으로도 불공정의 소지가 없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관계기관 역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의 아들’은 여전히? 고위공직자 아들들은 직할부대에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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