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공조에 ICBM 쏜 북한···‘핵무력 완성’ 5주년 ‘미국 타격’ 과시읽음

박광연 기자
북한이 지난 3월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2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3월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2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18일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한국·미국·일본의 ‘확장억제 강화’를 겨냥한 강도 높은 도발을 실행에 옮겼다. 오는 29일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을 맞아 미국 본토 위협을 과시하기 위한 ICBM 성능 개량 움직임으로도 분석된다.

북한이 이날 일본 서쪽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ICBM 1발을 발사한 것은 한·미·일의 대북 확장억제 강화에 대한 반발 차원으로 해석된다. 한·미·일 정상이 지난 13일 확장억제 강화를 재확인한 ‘프놈펜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최선희 외무상이 담화로 맹비난한 다음날 전개됐기 때문이다.

최 외무상은 전날 담화에서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조선반도와 지역에서 도발적이며 허세적인 군사적 활동들을 강화하면 할수록 그에 정비례하여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 담화 후 1시간40여분 만에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1발을 발사했고, 이날 ICBM을 쐈다. 담화에서 시사한 고강도 도발을 곧바로 실행한 것이다.

한반도 주변에서 전개되고 있는 한·미·일 군사훈련도 북한의 ICBM 도발 명분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주요 수단인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랜서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괌 앤더슨 공군기지를 출발해 일본 미사와 공군기지에서 급유 훈련을 벌였다. 북한은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전략자산 B-1B 랜서의 한반도 인근 전개를 강하게 비난해왔다.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지난 10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실시하는 대규모 해상합동훈련 ‘킨 소드’에 대한 반발도 엿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4일 “미국과 일본이 최대규모의 ‘킨 쏘드’ 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기로 한 것으로 하여 조선반도와 그 주변 정세는 단 하루도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의 확장억제 논의와 연합훈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국방부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조 체제를 강화하고자 이날 서울에서 미사일대응정책협의체를 처음 가동했다. 전날 한·미는 서애류성룡함 등 양국 이지스 구축함이 참여한 연합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한·미·일 공조에 ICBM 쏜 북한···‘핵무력 완성’ 5주년 ‘미국 타격’ 과시

북한의 고강도 도발은 최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에서 드러난 중국 입장과 관련돼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4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균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북한을 사실상 옹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중국이 한·미의 (북한 억제)역할 주문에 확답하지 않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점은 북한의 ICBM 발사 결정에 뒷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중국이 한·미·일의 대북 압박에 공세적 태도를 취하지 못하자 북한이 더 과감하게 나선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한·미·일 확장억제 강화를 명분 삼아 ICBM 등 핵무력을 고도화하는 움직임으로도 분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ICBM 발사에 성공했다며 선언한 ‘국가 핵무력 완성’ 5주년을 앞두고 사전 계획된 ICBM 성능 개량 시험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이날 ‘화성-17형’ ICBM 발사는 탐지된 고도·속도·비행시간 등을 볼 때 지난 3일 ICBM 발사보다 진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통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하고 핵보유국 입지를 더욱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홍 실장은 “5년 전 화성-15형보다 업그레이드된 ICBM을 통해 제2의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미국 본토를 핵으로 확실히 위협할 능력을 보이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ICBM 발사를 거듭할수록 이전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완전한 핵 능력을 갖추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확인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궁극적 목표는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 한국과 미국을 (비핵화 시도에서) 단념시키는 것에 있다”며 “한국이 (도발에) 맞대응하지 않고 포기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