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북한 무인기 탐지·전파시스템 모두 ‘미흡’ 인정···문책에는 ‘신중’

박은경 기자

북한 무인기 관련 검열 중간 결과 보고

전방 일선 부대, ‘긴급 상황’ 분류 안해

회선 단절 등 고속전파체계 부실도 확인

방첩사, 언론 보도 나온 과정 보안 조사

이종섭 국방부장관(가운데)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 무인기 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사진 크게보기

이종섭 국방부장관(가운데)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 무인기 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당시 전방 일선 부대는 이를 ‘긴급 상황’으로 보지 않는 등 상황 판단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국지 방공레이더로 처음 포착한 육군 1군단과 서울을 지키는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간 상황 공유가 되지 않아 제각각 대응했고 부대 간 상황 공유 시스템까지 작동하지 않는 등 총체적 부실 상황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2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북한 무인기 관련 전비태세 검열 중간 결과를 보고했다. 합참 발표를 종합하면 당시 북한 무인기는 오전 10시 19분 육군 1군단의 국지방공레이더에 처음 포착됐다. 육군 1군단의 실무자는 오전 10시 25분쯤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올 당시 항적을 포착하고도 ‘긴급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고 ‘수시 보고’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 때문에 고속지령대와 고속상황전파체계 등 상황을 신속하게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았다.

상황의 신속한 전파가 이뤄지지 않는 사이 해당 무인기는 25분 후인 오전 10시50분쯤 서울 중심부인 비행금지구역(P-73)까지 침범했다.

1군단이 북한 무인기 항적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수방사 1방공여단은 오전 10시 50분쯤 정체불명의 항적을 레이더로 식별했고, 오전 11시 27분쯤부터 자체적으로 무인기 대응 작전에 들어갔다. 1군단이 상급 부대인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에 유선 보고한 오전 11시 4분, 지작사가 합참에 보고한 11시 11분이다. 그러나 수방사는 무인기 대응 작전 당시에도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고속상황전파체계 등으로 상황을 알렸더라도 수방사가 바로 알 수 없는 상태였던 점도 드러났다. 1군단의 국지방공레이더로 포착한 항적은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방공C2A)를 거쳐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등으로 연동되지만 인접 부대인 수방사와는 연결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합참 관계자는 “보안 관련 문제가 있어서 인접 군단과 연동돼 있지 않았다”면서 “후속조치를 하면서 군 회선을 통해 현재는 연동시켜 둔 상태”라고 밝혔다.

MCRC 레이더에 무인기가 포착되고 식별된 뒤인 오후 12시쯤 뒤늦게 무인기 대비태세인 ‘두루미’가 발령됐다. 공군작전사령관이 두루미 발령권자이기 때문에 공군의 판단이 있은 후에야 ‘지각 발령’을 한 것이다.

합참은 이날 발표한 조사 결과를 통해 “북한 무인기 도발 시 군의 작전수행을 진단해 보면 작전수행체계, 작전 간 조치, 전력 운용 등 일부 미흡한 사항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상황보고와 전파에서 적극적인 상황 공유나 협조가 미흡했고, 기술적 한계로 초기 판단을 대부분 장비 운영자에만 의존한 점도 문제점으로 인식했다.

합참은 이번 전비태세검열에서 실무진부터 고위직까지 ‘과오자’를 파악한 상태다. 고위직으로는 지상작전사령관, 수방사령관, 공군작전사령관, 1군단장 등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책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군의 책임 소재 관련한 질문을 받고 “검열 결과에 따라 신중하게 검토해서 필요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직 문책 대상이나 문책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군이 북한 무인기의 용산 대통령실 상공 비행금지구역 침범을 뒤늦게 인정한 데 이어 상황 판단 실패까지 거듭 확인되면서 문책론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군은 서울로 들어왔던 북한 무인기가 P-73까지 침범했다는 지난 5일 언론 보도가 나온 과정을 밝히기 위한 보안 조사에 나섰다. 국군방첩사령부 관계자는 이날 국방위에서 무인기 침투 이후 조사를 하고 있느냐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현재 보안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방첩사는 합동참모본부와 군 관계자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고, 국가정보원이 국방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별도 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무인기가 지난달 26일 영공을 휘젓고 돌아간 이후 용산 대통령실 일대까지 비행했을 가능성은 사태 초기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군은 “적 무인기는 P-73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다가 보도가 나온 이후 뒤늦게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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