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핵무장론 선그은 미국···성김 “확장억제 실질적 강화 위해 매우 진지한 대화”

박광연 기자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운데) ,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오른쪽)이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내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3국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운데) ,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오른쪽)이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내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3국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대신 방위와 억제력을 충분히 강화하기 위해 미국과 각급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발언으로 점화된 ‘한국 독자 핵무장론’에 선을 긋고 있는 미국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 대표는 4일 공개된 미국의 소리(VOA)의 ‘한·미 북핵수석대표 특별대담’ 방송에서 ‘윤 대통령의 핵무장 발언이 북한을 비핵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어떤 영향을 주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확장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매우 진지한 대화를 하고 있고,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빈도와 강도도 살펴보고 있다”며 “이것은 매우 중요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확장억제 능력을 우리가 함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국방부·외교부 업무보고에서 “자체 핵 보유”를 언급한 이후 본격 쟁점화된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에 미국이 거듭 선을 그은 것이다. 최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방한과 미 전략자산을 포함한 두차례 한·미 공중연합훈련으로 가시화된 미국 확장억제력 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측 북핵수석대표인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독자 핵무장이 아닌 미국 확장억제력 강화가 한국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는 여기(미국 확장억제력 제공)에 의구심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제 과제는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보 공유와 협의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 공동 기획과 공동실행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한국 내 독자 핵무장 찬성 비율이 70%를 넘어선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한·미 동맹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핵무장 여론을 지렛대 삼아 미국의 확장억제력 강화를 이끌어내려는 한국 정부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북한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중국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중국과 러시아 모두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제게 거듭 확인했고 이것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 모두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고 있음을 시사하는 많은 정보를 봤다”며 “접근 방식을 바꾸고 우리의 공동 목표를 향해 더 긴밀히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도 “북한 핵 문제와 비확산 문제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한·미·일과 일치한다”며 “북핵 위협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 궤도로 최대한 빨리 돌아오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꾸준히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그는 “우리는 뉴욕 채널을 포함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평양에 여러 메시지를 보냈다”며 “아주 최근에도 그랬다는 걸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외교적 관여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북한에 우리 입장은 변하지 않았고 전제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계속 상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북한 지도부를 바꾸지 않고도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엔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며 “우리는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목표와 열망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미는 북한의 핵개발 고도화 움직임에 대해 “정권 종말”을 거론하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도네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겸하는 상황에서 대북특별대표 역할 비중이 작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반박했다. 그는 “두 직책을 겸하는 게 북한 관련 업무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김 본부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북핵수석대표와 더 긴밀히 조율하고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역내에 상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거리도 가깝고 시차도 적어서 의사소통하기가 더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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