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 김주애가 정말 김정은 후계자일까?

김찬호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딸 김주애(앞줄 왼쪽), 배우자 리설주(뒷줄 왼쪽)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딸 김주애(앞줄 왼쪽), 배우자 리설주(뒷줄 왼쪽)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주간경향] 핵실험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아니었다. 국제사회의 주목에서 비껴나 있던 북한이 기존과 다른 문법으로 ‘관심 끌기’에 성공했다. 1984년생으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때아닌 ‘후계자’ 논란이다. 북한식 표현대로 하면 ‘사랑하는 자제분’, 김주애의 등장이다.

사실 그에 관해서라면 주애라는 이름조차 확실치 않다. 미국 프로농구선수였던 데니스 로드맨이 2013년 평양 방문 후 가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의 딸 ‘주애’를 안았고, 리(설주)씨와도 얘기했다”고 말한 것이 ‘주애’의 시작이다. 당시 로드맨이 안았던 아이와 이번에 등장한 아이가 같은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다만 동일 인물이라는 추론이 완전히 근거가 없지는 않다.

한국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주애는 2013년생으로 추정된다. 국가정보원은 2017년 국회에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사이에 2010년생으로 추정되는 맏아들을 포함해 3남매가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월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김주애 위에 아들이 있고, 김주애 밑에 자녀가 있는데 성별이 불확실하다”고 말하며 신빙성을 더했다. 해당 정보와 북한이 공개한 사진 등을 종합하면 이번에 등장한 인물에 관해 추론할 수 있는 키워드는 ‘2010년 이후 출생’, ‘남매’, ‘여자’, ‘10대 초중반으로 추정되는 생김새’ 등이다. 이를 종합한 결과 ‘사랑하는 자제분’은 김주애라는 이름을 찾게 됐다.

마치 ‘어그러진 퍼즐 조각을 모아 하나의 그림을 맞춰나가는 듯한’ 작업은 소통이 단절된 남북관계의 현실을 보여준다. ‘김정은의 맏아들은 후계자 수업을 착실히 받고 있다’, ‘김정은은 아들이 없다’라는 소문이 동시에 떠돈다. 확인할 수 없는 ‘낭설’이 ‘고급정보’처럼 유통되며 하나의 북한을 두고 수많은 해석이 나온다. ‘대북전략’을 가다듬는 데 혼란만 커지는 상황이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론 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가능성 없는 것들부터 정보에서 배제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알아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는 일이다. 소문들을 좇다 보면, ‘애초에 왜 이 정보들을 확인하고 있는지를 잊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등장한 아이가 ‘김주애가 맞냐, 아니냐’보다 김 위원장이 ‘왜 자신의 아이를 무력을 선전하는 장소에 데리고 왔느냐’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왜 지금 백두혈통이 등장했나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얼굴을 만지는 김주애의 등장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장성들의 보위를 받으며 김 위원장과 함께 걷고, 심지어 리설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보다 앞에 섰다. 얼굴 사진이 들어간 우표가 발행됐고, 김주애 소유로 알려진 백마가 열병식에 등장했다. ‘주애’라는 이름의 여성들에게 개명을 지시했다는 외신보도까지 나왔다. 이를 토대로 ‘김 위원장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낙점하고 필요한 작업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등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의 모습.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1월 19일 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지휘했다고 보도하며 그가 딸과 함께 발사 현장을 찾은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의 모습.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1월 19일 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지휘했다고 보도하며 그가 딸과 함께 발사 현장을 찾은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 평양 노동신문=뉴스1

주장의 합리성을 따져보기에 앞서 상황을 액면 그대로 한번 볼 필요가 있다. 김주애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해 11월 18일, 김 위원장과 함께 북한의 ICBM인 ‘화성-17형’ 발사 현장을 찾으면서다. 일주일여 뒤인 11월 26일에는 ICBM 개발과 발사에 관여한 공로자들과 함께 기념사진 촬영 행사에 등장했다. 또, 지난 1월 1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3을 둘러보는 현장에 김 위원장과 함께했다. 지난 2월 7일에는 북한 조선인민군 창군 75주년 이른바 ‘건군절’ 행사를 앞두고 장성들의 숙소에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은 지난 2월 8일 열병식 참여 때였다.

해당 사례들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과 함께 등장했다는 것 외에 한 가지 특징이 더 나타난다. 모두 군 관련 행사, 특히 전략무기와 관련된 장소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있는 그대로 보면, ‘미래세대인 아이’와 북한이 생존과 번영을 담보할 매개체로 믿는 ‘전략무기’의 만남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에서 대미억제력을 위한 무기체계는 미래세대의 안전을 담보한다는 상징성을 갖는다”며 “김주애는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개발하며 지키고자 한 미래세대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가 주목하는 부분도 유사하다. 임 교수는 “김 위원장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자신의 딸인 김주애를 포함한 미래세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함임을 알린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앞으로 핵무기 증강을 위한 명분도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추가해야 할 정보가 한 가지 더 있다. 김주애가 김 위원장 일가인 ‘백두혈통’이라는 점이다.

이를 토대로 상황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은 핵무력 증강을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화성-17형 발사를 두고도 ‘인민의 안녕, 후대의 웃음을 위하여’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핵무력을 과시하는 곳에 미래세대의 상징이자 백두혈통인 김주애가 등장했다. 자연스럽게 미래세대를 위한 것은 곧 백두혈통을 위한 것으로 연결된다. 이에 따르면 북한 인민은 핵무력을 중심으로 결집해 미래세력인 백두혈통을 지켜야 한다. 액면 그대로의 정보만 갖고, 추론한다면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남는다. ‘그럼 왜 김주애냐’ 하는 것이다. 이는 김 위원장에게 실제로 맏아들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물음이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후계구도’ 문제가 여기서 등장한다.

■열 살 아이가 후계자?

김주애의 등장과 북한 후계구도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의견이 대체로 모아진다. ‘후계구도 형성 과정처럼 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지나친 해석’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첫째로 ‘나이’다. 특별한 건강 이상이 있지 않은 한 이제 40대 초입에 들어선 김 위원장은 최소 20~30년 더 통치할 것으로 보인다. 1인지배의 권위주의 체제에서 2인자의 이른 등장은 도전 세력을 키우는 것과 같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권력 승계 과정에 등장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라는 것이 정설이다. 김주애의 나이 역시 문제다. 후계자로 지목됐다면 능력을 보여야 한다. 열 살 아이를 시험대에 올리고 검증할 만큼 북한 내부의 사정이 급한지는 확인된 바가 없다.

두 번째는 북한 사회의 폐쇄성이다. 여성의 지위가 낮은 북한사회에서 차기 지도자로 여성을 선택하는 일이 가능하냐는 문제다. 권 장관 역시 “세습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으나 북한 체제의 가부장적 성격을 감안할 때 여성 세습 부분이 과연 맞느냐는 의문도 많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후계자들에게 확인되는 기준, 징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주애 얼굴이 들어간 우표, 백마의 존재, 존경·존귀라는 표현 등을 징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홍 실장은 “백마는 로열패밀리를 상징하는 정도이지 후계자를 나타내는 징표는 아니다”며 “심지어 김 위원장이 선물해 군 장성들도 타고 다니는 게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또 “존경·존귀라는 표현 역시 로열패밀리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영역 개념의 용어이지 후계자 한명을 지칭하는 단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적어도 후계자로 가기 위한 ‘우상화’는 맞지 않느냐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우상화의 대상이 정말 김주애 개인이 맞느냐는 점이다. 실상은 백두혈통 우상화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로 열병식에 참여한 북한 군인들은 “백두혈통 결사옹위”를 외쳤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주애를 내보이는 것은 김주애 한명에게 충성하라는 것이 아닌, 백두혈통에 대한 충성을 요구한 것”이라며 “결국 모든 연결고리의 끝에는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맹세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배우자 리설주(첫 번째), 딸 김주애(세 번째)와 함께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연회에서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월 8일 보도했다.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배우자 리설주(첫 번째), 딸 김주애(세 번째)와 함께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연회에서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월 8일 보도했다.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마지막은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다. 우상화와 함께 북한 후계구도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신비화’다. 김주애의 이른 등장은 이 공식과 맞지 않다. 오히려 존재 자체가 논란이 되는 아들의 행보가 후계구도의 전형적 모습에 가깝다. 박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만약 실제 후계자로 지명된 인물이 있다면 외부로 노출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라며 “김주애의 등장은 백두혈통 4세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대내외에 공개한 정도”라고 말했다. 박원곤 교수 역시 “전혀 나타나지 않는 장남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후계자 선정 과정에서 신비화·우상화하는 데 더욱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애의 등장이 북한 후계구도 확립과 연결된다는 주장에는 김여정 부부장의 희미해진 존재감도 근거로 등장한다. 김주애를 띄우기 위해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서만큼은 모두 “지나친 해석”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 실장은 “김 부부장은 원래 담화를 내거나 각종 행사의 기획을 하는 등의 총괄을 담당했다”라며 “보좌하는 것이지 전면에 나서는 역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 역시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정치, 백두혈통 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과 같은 세대인 김 부부장이 나서지 않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이를 실각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주애가 계속 부각되는 동향을 봐서는 후계자 수업이라고 봐도 크게 무리한 해석은 아니다”면서도 “만약 김주애를 후계자로 정했다면 열 살 아이를 띄우는 상황에 대한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이나 내부 상황 급변 등으로 설명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한 징후가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두혈통에 대한 우상화 정도는 분명히 확인된다고 보고, 후계자가 맞느냐 여부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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