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종연구소 국립외교원 등 감사 진행…‘문재인 멘토’ 문정인 이사장 사의 표명

유신모 기자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외교부에 등록된 국가정책연구재단인 세종연구소 문정인 이사장이 임기를 1년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다. 문 이사장은 27일 연구소 측에 다음달 14일 이사회를 마친 뒤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진보 진영의 대표적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인 문 이사장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로 3년9개월간 일하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등 외교안보 정책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문 이사장은 28일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세종연구소에 수많은 유·무형의 압박이 다중적으로 가해지고 있다”면서 “나 때문에 연구소가 더 이상 피해를 보게 할 수 없어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이사장은 윤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연구용역을 대폭 줄이고 자신들이 원하는 이사·감사 리스트를 보내는 등의 압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현재 세종연구소에 대한 감사도 진행 중이다. 세종연구소는 외교부에 등록된 비영리 연구단체로 외교부가 감사권을 갖고 있다. 외교부는 2011년 이후 세종연구소에 대한 감사를 하지 않았으나 윤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7월에 이어 이달에도 감사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감사가 문 이사장 사퇴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문 이사장은 “아직 감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그것 때문에 사의를 밝혔다는 것은 틀린 말”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외교부는 이번 감사에서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공공기관 직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가전략연구과정’ 예산 전용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전략연구과정 수강 비용은 1인당 1900만원으로, 매년 100명 안팎의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이 수강한다. 외교부는 세종연구소가 국가전략연구과정 예산 중 5억~10억원 상당의 불용 예산을 연구소 집기·비품 구입, 인건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세종연구소 측은 이에 대해 불용 예산 전용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공무원 연수교육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교재비·강사비 등 교육비용 외에 건물 사용·시설 보수유지·각종 공과금 등의 비용이 매년 수억원씩 발생하기 때문에 국가로부터 받은 교육연수 프로그램 예산에서 이를 충당한 것이며 지난 20년 이상 이같은 방식으로 예산을 집행해왔다는 설명이다. 연구소 측은 또 감사에서 외교부에 연수 사업과 관련된 부분을 회계자료 등에 근거해 상세히 소명했다고 밝혔다.

한편 외교부는 직속 국책연구기관인 국립외교원 홍현익 원장에 대해서도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외교부 당국자가 28일 밝혔다. 홍 원장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8월 원장에 취임했다. 외교부는 이미 차관급 공무원인 홍 원장의 업무에 일부 제한을 두고 면직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세종연구소와 국립외교원에 대한 감사 사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부 제보라든가 운영 현황에 대한 문제점이 확인됐기 때문에 자체 감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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