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성주·김천서 열려던 ‘사드 주민설명회’ 모두 무산…국방부 “다른 방안 찾겠다”

백경열 기자
사드배치 반대 주민 등으로 구성된 ‘사드철회 평화회의’ 관계자들이 2일 오전 경북 성주 초전면 복지회관 앞에서 주민설명회 개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백경열 기자

사드배치 반대 주민 등으로 구성된 ‘사드철회 평화회의’ 관계자들이 2일 오전 경북 성주 초전면 복지회관 앞에서 주민설명회 개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백경열 기자

국방부가 2일 경북 성주와 김천에서 각각 열려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가 주민 등의 반발로 열리지 못했다. 반대 주민들은 대표성이 없는 ‘주민대표’와의 협의를 통해 평가가 진행되는 등 절차적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주민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김규태 국방부 환경소음팀장 등 3명은 이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주민설명회장이 마련된 경북 성주 초전면 복지회관과 김천 농소면 행정복지센터를 각각 찾았다. 하지만 주민들과 사드배치 반대 단체에 가로막혀 행사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사드 반대단체 관계자와 주민 등은 설명회장 진입로를 막는 등의 방식으로 행사 강행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했다. 국방부측은 1시간 남짓 대기하다가 발길을 돌렸다.

사드배치 반대 단체와 주민 등이 연대한 ‘사드철회 평화회의’ 관계자 70여명은 주민설명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사드기지정상화 중단하라” “기만적인 환경영향평가 중단하라” “요식적인 주민설명회를 즉각 중단하라” 등이라고 외치며 반발했다.

경북 성주 소성리 주민 등이 2일 초전면 복지회관 2층 주민설명회 개최 장소 앞을 막고 있다. 백경열 기자

경북 성주 소성리 주민 등이 2일 초전면 복지회관 2층 주민설명회 개최 장소 앞을 막고 있다. 백경열 기자

사드배치 평화회의는 국방부가 제시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사업주체와 사업기간 등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공개한 초안 역시 요약본인 데다, 사드 레이더 장비의 경우 출력값 없이 측정값만 나오는 등 수치도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사드철회 평화회의 측은 “주민들의 입장도 듣지 않고 무슨 (설명회)자료를 만들었다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설명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만큼 지금껏 해왔던 대로 그냥 불법적으로 강행 처리하시라”고 주장했다.

사드기지 인근에 산다는 한 김천 주민은 “사드기지가 임시배치된 후 키우던 소들이 유산하는 경우가 잦다”며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이석주 소성리 이장은 “우리는 아직까지도 주민 대표가 누군지 모른다”면서 “이렇게 기만적으로 진행된 환경영향평가와 주민설명회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땅의 평화를 지키고 전쟁터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 이러한 행동(시위 등)을 할 뿐 누군가의 조종을 받고 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규태 환경소음팀장 등 국방부 관계자들(오른쪽)이 2일 오전 경북 성주 초전면 복지회관 2층에서 주민 등의 반발로 주민설명회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김규태 환경소음팀장 등 국방부 관계자들(오른쪽)이 2일 오전 경북 성주 초전면 복지회관 2층에서 주민 등의 반발로 주민설명회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사드 반대단체 등이 이날 강하게 반발하면서 물리적 충돌도 예상됐지만 다행히 큰 마찰은 없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인력 400여명을 행사장 인근에 대기시켰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사드기지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공개했다. 주민들은 오는 24일까지 행정복지센터 등에서 초안을 살펴볼 수 있다.

이 문서에는 사드 레이더 전자파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자파 저감 방안 등이 담겼다. 기지 인근인 김천시 월명리에서 측정한 전자파 수치가 ㎡당 0.003845W로 기준치인 ㎡당 10W에 못미친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사드 반대단체 등은 전자파가 적게 나왔다는 국방부 주장을 신뢰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사드 반대단체와 주민은 어떤 문서나 국가 간 합의없이 사드 임시배치가 이뤄졌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제도 등의 목적과 취지를 무시한 채 모든 절차가 불법적으로 진행됐다는 생각도 공유한다.

김규태 국방부 환경소음팀장(오른쪽)이 사드배치 반대 주민 등의 반발 때문에 2일 오후 경북 김천 농소면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드 주민설명회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서 있다. 백경열 기자

김규태 국방부 환경소음팀장(오른쪽)이 사드배치 반대 주민 등의 반발 때문에 2일 오후 경북 김천 농소면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드 주민설명회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서 있다. 백경열 기자

사드가 배치된 후 6년이 다 되어서야 환경영향평가서의 초안을 공람하고 주민설명회를 여는 움직임이 사드 정식배치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다. 앞서 주한미군은 2017년 4월 사드 발사대 2기와 레이더 등을 임시배치했다. 이후 발사대 4기 등이 추가 배치됐다.

환경영향평가 관련 절차는 다음달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설명회 없이 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도 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에 따라 주민설명회를 생략할 수 있어서다. 앞으로 국방부가 사드 배치 절차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이에 김규태 국방부 환경소음팀장은 “주민설명회를 열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주민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적극 검토해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대표 공개 요구 등에 대해 김 팀장은 “법적 요건과 자격을 갖춘 분을 지자체에서 추천했고, 그 분을 주민대표로 정해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이 있어 주민대표를 공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고, 당사자(대표)도 노출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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