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3자 변제’ 공식화

정부 굴욕으로 다리 놓는 ‘한·미·일 공조’

박은경 기자

이달 내 한·일 정상 만난 뒤

3국 정상 연쇄 회담 가능성

국내 반발 커 실익은 미지수

[강제동원 ‘3자 변제’ 공식화] 정부 굴욕으로 다리 놓는 ‘한·미·일 공조’

한국 정부는 6일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배상안을 내놓으면서 이번 발표가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3각 협력의 속도를 높이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당장 이달 중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상반기 내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이 줄줄이 예상된다. 만만치 않은 국내 반발을 고려할 때 윤석열 정부의 해법이 실질적 외교 성과나 국익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한·일은 강제동원 문제로 파생된 걸림돌 해결부터 빠르게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의 해결책 발표 직후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과 수출규제 관련 협의를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의 보복 조치를 철회하고, 한국도 이에 맞춰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및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철회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한·일 안보 협력 사례로 꼽힌 지소미아가 회복되면 이를 바탕으로 한 한·미·일 안보 협력도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높아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것과도 상통한다.

10년 이상 단절됐던 일본과의 정상 셔틀외교 복원도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정상이 상대국을 오가며 소통하는 셔틀외교는 2011년 1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교토 회담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6~17일 일본을 방문하는 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원하는 한·미·일 협력, 특히 안보분야 협력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정부의 해법 발표 직후 “한국, 일본, 미국의 3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 견제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한·일 갈등으로 3각 공조가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본다. 한·일 과거사 핵심 문제가 해결되면 3각 공조 걸림돌이 제거된다는 점에서 미국의 국익과 부합한다.

한·일 과거사 문제를 매듭지은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중 새로운 한·일관계의 시작을 알리는 정상회담을 한 뒤 상반기에 미국을 국빈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 또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한·미·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으로 ‘외교 시간표’를 짤 가능성이 높다.

‘제2의 을사늑약’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강한 국내 반대 여론을 고려할 때 강제동원 문제가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단락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기대하는 외교 일정과 성과 역시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봉영식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이사는 통화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대단히 큰 도박”이라며 “피해자 권리를 국가가 일방적으로 훼손했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성과와 관련해서도 “박근혜·문재인 정부 등 전례로 봤을 때 대다수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는 외교정책은 장기적 효과가 없다”면서 “(윤석열 정부 임기 중에만 유지되는) 4년짜리 조치로 기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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