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외무성 ‘투트랙’ 담화로 한·미와 국제기구 동시 겨냥읽음

박은경 기자

“언제든지 적중하고 신속하며 압도적 행동”

군사적 도발에 대한 사전 명분 쌓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7일 담화문에서 한·미를 향해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적중하고 신속하며 압도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상시적 준비태세에 있다”고 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7일 담화문에서 한·미를 향해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적중하고 신속하며 압도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상시적 준비태세에 있다”고 했다.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을 포함해 역대 최장기간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S)를 앞두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신속하며 압도적 행동”을 내세워 강력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한·미훈련에 대한 맞대응 성격의 도발에 앞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한·미를 향해 “군사적 동태를 빠짐없이 주시장악하고있다”며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적중하고 신속하며 압도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상시적 준비태세에 있다”고 했다.

김 부부장은 “최근에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도를 넘어 극히 광기적인 추이로 나가고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과시성 군사행동들과 온갖 수사적 표현들은 의심할 바 없이 우리가 반드시 무엇인가를 통하여 대응하지 않으면 안되는 조건부를 지어주고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이 “북한이 태평양 지역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경우 즉각 격추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모 일간지 6일자 보도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태평양은 미국이나 일본의 령유권에 속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지 않는 공해와 공역에서 진행되는 우리의 전략무기시험에 요격과 같은 군사적 대응이 따르는 경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로 간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3일 최강 무인공격기로 꼽히는 MQ-9 ‘리퍼’에 이어 6일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폭격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가 한반도에 전개하는 등 최근 한·미 군 움직임을 겨냥한 경고 성격이 강하다. 또 13일부터 11일간 진행되는 FS를 빌미로 한 군사적 도발에 대한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날 북한 외무성이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의 무책임하고도 우려스러운 무력시위책동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군사적 적대행위를 지체없이 중지하라”라고 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여정 부부장과 외무성이 각각 담화를 발표해 다목적 포석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부부장 담화가 대미·대남용 군사적 행동에 대한 전후의 사전경고 및 사후 합리화 성격이라면 외무성 담화는 국제기구 대응용으로 국제기구의 이중기준을 근거로 북한의 군사적 대응을 앞둔 사전 정당성 축적을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7일 오후 인민군 총참모장 대변인 발표를 통해서는 우리 군이 서부전선 전방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초리 사격장에서 30여발의 포사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하면서 “무력도발행위”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주장하는 지역에서 우리군의 포사격은 없었다”면서 “근거없는 억지 주장”이라고 맞받았다.

북한의 이같은 주장은 한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을 우리 측에 돌리고 남남 갈등을 조장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북한이 한·미의 군사적 동태를 빠짐없이 주시하고 있음을 과시하면서 압도적 대응을 강조한 점으로 볼 때 한·미연합훈련에 맞춰 군사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FS에 전개되는 전략자산, 훈련의 규모와 장소에 따라 비례적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일정상회담, 내달 한·미정상회담과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회담 등 주요 외교 일정에 맞춘 전략무기급 실험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정세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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