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이후 2주째 일본 언론에 농락당하는 윤석열 외교

박은경 기자

후쿠시마 수산물·독도·위안부 등 민감 현안 보도

사실 여부 떠나 외교 결례…정언유착 가능성도

“꼼수 예견된 사고…준비·대처 부족” 비판 나와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공동운영위원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 규탄’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공동운영위원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 규탄’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윤석열 정부가 ‘셔틀외교’ 복원이라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한·일 정상회담이 진실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일본 언론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방일 당시 발언이나 회담 내용이 흘러나오고 대통령실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는 일이 2주째 반복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서툰 외교’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30일 대변인실 명의 공지를 통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 관련, 국민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윤 대통령의 방일 기간 중 일본 측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를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29일 일본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접견하면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가뜩이나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우려가 큰 데 이같은 보도로 불안감이 확대되자 대통령실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앞서 20일 산케이 신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제한 철폐를 요구했다고 보도했고, 22일에는 마이니치 신문이 “누카가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일본산 멍게 수입 재개를 요청했다”는 칼럼까지 보도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수산물 문제는 두 정상이 어떤 얘기를 했는지 공개할 수 없다”, “멍게란 단어는 나온 적이 없었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합의 문제가 언급됐다는 보도도 일본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일본 정부가 매체를 동원해 의도적으로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과장된 내용을 흘리고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현지 언론 보도 내용은 후쿠시마 원전수, 독도, 위안부 합의 등 양국 간 민감한 현안들로 강제동원(징용) 문제에 이어 일본 정부가 내밀 ‘청구서’로 꼽히는 이슈들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정상회담에서 오간 발언을 언론에 흘리는 것은 분명한 외교 결례다.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이 언론을 통해 민감한 현안과 관련한 회담 내용을 의도적으로 흘려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면서 “외교문제 특히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와 언론이 밀착해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2011년 이명박(MB) 정부 때도 겐바 고이치로 당시 외무상이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만난 자리에서 “독도(다케시마)는 우리(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총리 기자회견에서 밝혀 양국 갈등이 심화됐다.

정부가 일본 정부의 언론 플레이에 사전에 대처하지 못한 것도 문제이지만,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타국 언론 보도에 외교채널로 항의하면 될 일을 대통령실까지 직접 나선 것 자체가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소식통은 “일본의 꼼수는 예견된 사고인데 디테일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게 여실히 들어났고 사후 대처로 아마추어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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