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미사일 ‘눈’ 군사정찰위성···한·미·일 정밀 타격능력 극대화

박광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지난달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달 1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지난달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달 1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31일 발사에 실패한 군사정찰위성은 최근 급격히 고도화된 핵·미사일에 ‘눈’을 달아준다는 의미가 강하다. 한·미·일의 군사적 움직임을 공중에서 들여다보며 핵·미사일 타격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우선 사업으로 강조한 만큼 신속히 성과를 만들고자 발사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군사정찰위성은 한반도 안팎에서 북한과 대립하는 국가들의 군사 활동을 속속들이 파악하려는 목표로 개발이 추진돼왔다. 김 위원장이 2021년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대 중점 목표로 제시한 최우선 개발 과제다. 북한 군부 서열 1위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위험한 군사행동을 실시간으로 추적, 감시, 판별하고 사전 억제 및 대비하며 공화국 무력의 군사적 준비태세를 강화하는 데서 필수 불가결”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이날 ‘만리경’이라는 군사정찰위성 명칭을 공개한 데서 이러한 성격이 확인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통화에서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통해 ‘눈’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한반도 안팎의 미국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 전력배치, 작전 상황, 일본 열도 내 주일미군 동향 등을 하나하나 감시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군사정찰위성은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고도화된 핵·미사일 위협을 극대화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다. 다양한 종류의 핵·미사일이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도록 정밀도를 높여주며, 지난해 핵 무력 법제화로 시사한 핵 선제공격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각이한 전쟁억제 수단들의 군사적 효용성과 실용성 제고에서 그 무엇보다 중차대한 최우선 과업”이라며 “상황에 따라 선제적인 군사력을 사용하기 위한 역할”을 강조했다.

한·미 정찰자산과의 전력 비대칭을 극복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리 부위원장은 전날 미군 공중정찰자산들이 수도 평양과 서북부지대를 감시하는 “압도적인 정찰정보력”을 갖고 있다며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한반도 정세가 악화했다며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정당화했다.

이러한 중대성을 고려해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점을 이날로 결정해 다소 서두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 29~30일 일본과 국제해사기구(IMO)에 발사 기간으로 통보한 “5월31일 오전 0시~6월11일 오전 0시”의 첫날 전격 발사를 단행했다. 리 부위원장이 전날 “오는 6월에 곧 발사”를 공언한 것에서 앞당겨졌다.

애초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 완료 시점을 올해 4월로 예고했다가 발사가 지체되며 ‘속도전’ 압박이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 내에서는 발사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며 발사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예상할 정도였다. 이날 군사정찰위성이 발사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새로운 발사대를 만들며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 최근 각종 위성사진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발사 준비 속도가) 과거에 비해 빨라진 건 맞다”고 말했다.

한국이 지난 25일 위성을 탑재한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것도 김 위원장 조바심을 자극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누리호 발사 성공에 자극 받아 통상 20일이 소요되는 (발사)준비 과정을 수일로 단축하며 새로운 동창리 발사장 공사가 마무리 안된 상태에서 조급하게 (발사를) 감행한 것도 실패의 한 원인”이라고 보고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실적을 결산하는 6월 상순 노동당 전원회의 개최에 맞춰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과를 신속히 거두려 했을 수 있다. 앞서 시험 발사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과 수중 핵무기 ‘해일’ 등에 더해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상반기 군사적 성과로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이 이날 발사를 직접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원은 “동창리 발사장에서 1.3㎞ 떨어진 관람대 인근에서 차량 및 천막 등 관람시설이 식별됐다”며 “김 위원장이 현지에서 참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

발사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내부적 혼란이 발생한 것 같다는 추정이 나왔다. 군부 핵심인 리 부위원장이 전날 직접 나서 발사 시점을 6월로 못 박았음에도 5월 마지막 날인 이날 바로 쐈기 때문이다. 홍 실장은 “발사를 급하게 준비하고 시점을 정하는 과정에서 혼돈이 있다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 정찰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이날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앞으로 연속적으로 수개의 정찰위성을 다각 배치”하라고 지시했고, 리 부위원장은 전날 “새로 시험할 예정인 다양한 정찰수단들”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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