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에 빠진 한국 외교…국익은 ‘시계제로’

박은경 기자

한·미·일 정상회담이 남긴 것

<b>일본, 오염수 방류 최종 단계…후쿠시마 원전 찾은 기시다</b>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 세번째)가 20일 오염수 해양 방류를 앞두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주 어민단체 관계자와 면담한 뒤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방출 시기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언론은 8월 하순을 유력한 방류시기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오염수 방류 최종 단계…후쿠시마 원전 찾은 기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 세번째)가 20일 오염수 해양 방류를 앞두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주 어민단체 관계자와 면담한 뒤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방출 시기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언론은 8월 하순을 유력한 방류시기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과 ‘준군사동맹’ 수준 밀착
남북 충돌 땐 일본이 관여 가능

중국을 ‘국제질서 어기는…’ 적시
한국이 얻을 경제·안보 이익 적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캠프 데이비드’ 3개 문건으로 한국 외교는 미증유의 ‘미로’에 진입했다. 침략과 피지배의 과거사로 군사적 협력이 불가능했던 한·일이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밀착하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동성명에 중국을 ‘국제질서를 어기는 국가’로 적시하면서 1992년 수교 이후 우호 협력을 기반으로 해온 대중 전략 기조는 급변침했다. 한국이 얻게 될 경제적, 안보적 이익도 분명치 않다. 한국 외교가 윤 대통령 결단에 의존한 전인미답의 길로 들어섰다는 의견이 나온다.

3국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및 글로벌 현안에서 3국 협력을 확대하기로 선언했다. 협력 제도화를 위해 한·미·일 정상회담을 연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외교·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상무·산업장관 협의도 연례적으로 열고, 첫 재무장관회의도 열기로 했다. 한·미·일 군사훈련을 연 단위로 실시하고, 올해 말까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 공유키로 했다.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가기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 내용은 “한·미·일이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도발·위협에 신속히 협의하도록 한다”는 부분이다. 이는 ‘회원국의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상호 협의한다’는 미국과 유럽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헌장 제4조를 연상케 하는 준군사동맹 수준의 문구이다.

예를 들어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물론 일본이 중국과 센카쿠열도 등을 둘러싸고 분쟁을 벌일 경우 한·미·일 협의 틀 내에서 공동 대응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 충돌이 일어났을 때는 일본이 한·미·일 협력체 틀을 통해 군사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공동성명에는 “남중국해에서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의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위험하고 공격적 행동과 관련해 인도·태평양 수역에서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도 강하게 반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을 국제질서를 어기는 행동을 하는 국가로 적시한 것은 이전까지 없던 일이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학과 교수는 “미·일이 주도하는 상황에서는 한국이 스스로 의제를 발굴하지 않는 한 끌려가는 구도로 될 수밖에 없는데 공동성명에 중국을 직접 적시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한·미·일 협의체가 ‘위계적 동맹’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동북아 군비 경쟁을 가속화할 일본의 재무장을 한국이 간접 용인한 격이 될 수도 있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미국은 두목, 일본은 중간보스, 한국은 행동대원이라는 구조가 짜이고, 일본은 유리하지만 한국은 불리한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한·미·일은 불가역적인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체로 진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정권이 바뀌더라도 한국이 주도적으로 한·미·일 공약을 깨기는 어려워 한국 외교에 낙인처럼 작용할 여지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 외교의 근본틀을 바꾸는 결정을 정치권과의 협의나 국민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진행했다. 국내적 혼란, 외교·경제적 부담 역시 윤 대통령과 정부 몫이 됐다. 윤 대통령은 “미증유의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한국 외교가 시계제로의 길로 들어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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