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장관 회담 “갈등보다 협력”에도…한국은 ‘대만’, 중국은 ‘북한’ 뺀 발표문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조태열 한국 외교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13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자세를 취했다.  중국 외교부 제공

조태열 한국 외교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13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자세를 취했다. 중국 외교부 제공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한·중 외교장관은 협력을 강조하며 양국관계를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교류 확대의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중국에 탈북자를 강제 북송하지 말 것을 요청했고 중국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할 것을 요구했다.

조태열 외교장관은 중국 측에 한한령 해제 필요성을 언급하고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역할을 하도록 요구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한국 측이 대만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한·중 양국이 함께 글로벌 보호 무역주의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과 왕 부장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만나 회담을 갖고 만찬을 함께 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회담에서 양국이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이를 건강하고 성숙하게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점을 재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 장관은 “새로운 한·중 협력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속도와 규모가 아니라 상호 신뢰 증진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 기반을 다지는 데 큰 공을 들여야 할 것”이라며 “상호존중·호혜·공동이익에 기반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조 장관은 아울러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양국이 함께 노력하는 것과 협력의 모멘텀을 지속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난관이 있더라도 이견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는 가운데 협력의 모멘텀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며 “갈등보다 협력에 초점을 맞춰 작은 일부터 하나씩 착실하게 성과를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양국 고위급 교류를 강조하며 왕 부장의 한국 답방을 제안했다. 또 지방정부 간 교류 활성화와 양국 인문교류 확대하자고 제안했으며 “문화콘텐츠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양국 국민들의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의 한국 대중문화 금지령인 한한령 해제를 겨냥한 발언이다.

조 장관은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북한이 통일을 부정하고 남북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지으며 역내 긴장을 조성하고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탈북민이 강제북송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에 갈 수 있도록 중국 측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왕 부장은 이에 대해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는 변함이 없으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 외교부보다 약 한 시간 늦은 이날 오후 11시쯤 회담 결과를 전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 역시 한·중 관계의 중요성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

왕 부장은 1992년 수교와 2008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을 언급하고 “지난 32년간 중·한 관계의 발전은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했다”면서 “중·한 관계는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는데, 이는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중국이 원하는 바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한 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중국과 한국 사이에는 근본적인 이해상충이 없으며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화이부동은 서로의 원칙을 유지하며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로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와의 외교관계에서 강조하는 원칙이다.

왕 부장은 이어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 문제를 적절하고 신중하게 처리하며 양국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했을 때나 한국 외교부가 올해 초 남중국해 분쟁 관련해 논평했을 때 중국 측은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강한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왕 부장은 “지난해 한·중 교역액이 3100억 달러를 넘어섰다”며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하는 중국의 새로운 질적 생산력 발전과 고품질 발전은 한국에도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쌍방은 무역 보호주의를 공동으로 반대하고, 국제 자유무역 체제를 수호하며, 생산 및 공급망의 안정과 원활함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한국이 중국과의 협력에 중점을 두고 지정학적 제약을 최대한 피하고 공동으로 발전하길 희망한다”며 “한·중 협력의 새로운 국면을 열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왕 부장과의 회담에 앞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한·중 경제 관계가 과거의 상호보완적 파트너에서 경쟁관계로 바뀌며 우리에게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한·중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 있지만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반면 왕 부장은 한국과 중국의 입장이 같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양국 외교부의 회담 결과 설명에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해야 한다는 점과 교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통된 인식이 드러났다. 다만 한국 외교부의 설명에는 대만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으며 중국 측 설명에는 북한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


Today`s HOT
폭풍우가 휩쓸고 간 휴스턴 개혁법안 놓고 몸싸움하는 대만 의원들 영국 찰스 3세의 붉은 초상화 총통 취임식 앞두고 국기 게양한 대만 공군
조지아, 외국대리인법 반대 시위 연막탄 들고 시위하는 파리 소방관 노조
총격 받은 슬로바키아 총리 2024 올림픽 스케이트보드 예선전
광주, 울산 상대로 2-1 승리 미국 해군사관학교 팀워크! 헌던 탑 오르기 미국 UC 어바인 캠퍼스 반전 시위 이라크 밀 수확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