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전 전 실장의 행위를 법으로 처벌할 순 없지만 매우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면담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전 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면담강요 대상을 좁게 해석한 1심 판단이 일부 잘못됐다면서도 “법관이 입법에서 의도한 바를 확대 해석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결론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가법상 면담강요죄는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의 수사 또는 재판과 관련하여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 또는 그 친족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한 사람’에게 적용된다.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 피해자·증인 등에게 만나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전 전 실장은 2021년 7월 이 중사 사건 관련 보안 정보를 자신에게 전달한 혐의로 군무원 양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영장을 청구한 군검사에게 연락해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하거나 수사 내용을 확인하려 한 혐의로 2022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면담강요죄에 대해 “검사 등 수사기관이 아니라 증인이나 참고인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며 “형벌 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전 전 실장의 행위에 대해서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면담강요죄는 사람(대상)이 누구냐를 구별해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수사기관이라고 하더라도 구체적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 이 조항 적용대상이 돼야 한다”고 1심과 달리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전 전 실장의 행위는 법 규정에 따른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 선고를 유지했다. 다만 “전 전 실장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이 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그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법적으로 정당화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다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양씨는 1심에서 선고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에서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됐다. 2021년 6월 성추행 가해자 장모 중사 영장실질심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적사항과 심문내용 등을 전 전 실장에게 누설한 혐의는 직무와 관련성이 없어 무죄라는 판단이다.
이 중사 사망이 알려지며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반전시키려 허위사실과 공무상 비밀을 언론에 누설해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당시 공군본부 공보 담당 정모 중령은 징역 2년의 실형이 유지됐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던 그는 이날 법정구속됐다.
이 중사는 2021년 3월 선임 부사관인 장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해 신고했지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중사는 2차 가해에 시달린 끝에 같은 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해 10월 군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고, 국회는 2022년 4월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특검은 같은 해 9월 전 전 실장 등 8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이 중상의 아버지 이주완씨는 “1심 판결처럼 죄목이 없어서 처벌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너무 화가 난다”며 “‘전익수 방지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