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세계유산 등재 때 ‘매년 7~8월쯤 개최’ 발표해놓고 미뤄져
조태열 “죄송” 사과했지만 자민당 총재 선거 등 일 입장 대변
‘강제’ 표현 삭제 묻자 “합의된 문안…전시물 내용 개선 고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1일 일본 사도광산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의 추도식이 이달 내에 개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외교부는 추도식을 매년 7~8월 개최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추도식에 참석할 일본 중앙정부 인사의 급도 결정되지 않았다. 조 장관은 일본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추도식 참석자 수준과 날짜 등을 상세하게 합의하지 못한 것을 두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정부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하면서 전시물에 조선인 노동자들의 ‘강제’노동을 명시하겠다는 일본 측의 약속도 받아내지 못한 데 이어 그나마 합의한 추도식 개최까지 지지부진해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추도식 개최 시기 관련 질의에 “9월에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날짜를 (일본 측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7월 말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일본 측이 사도섬에서 노동자를 위한 추도식을 매년 7~8월 중 개최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추도식에는 일본 중앙정부 관계자도 참석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8월이 넘어가면서 이르면 9월에 개최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 장관은 일본이 추도식을 늦추는 이유에 대해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도 있고, 정치적인 것도 고려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앞서 정부가 사도광산 등재에 찬성하는 대신 일본이 조선인 노동자의 역사를 알리는 전시물을 설치했지만, 강제노동을 알리는 직접 표현은 빠져 협상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이재정 민주당 의원의 협상 관련 질문에 “우리는 일본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하면 좋겠고, 진정성을 보이는 추도식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올해 안에 추도식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도광산 문제는 일단락됐다고 했다’는 물음에 “전시물 개선에 관한 부분은 협상이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강제라는 표현이 없는 점은 고쳐야 하지 않나’라는 질의에 “그건 합의된 문안”이라며 “전시물의 내용을 얼마나 업그레이드할지를 고민하면서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일본 정부가 1945년 조선인 강제노동자들을 태우고 오다가 침몰한 우키시마호의 승선자 명부 19건을 제공한 것을 두고 “일본은 그간 승선자 명부가 침몰과 함께 유실돼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일본이 사과부터 해야 한다. 사과를 요구했나”라고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은 “(일본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는데 거기다 초치(불러서 항의함)를 하듯이 사과하라는 얘기부터 먼저 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군 수송선인 우키시마호는 광복 직후인 1945년 8월22일 귀국하려는 강제동원 조선인들을 태우고 일본을 출발했으나 이틀 뒤 선체 밑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침몰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해저 기뢰를 건드려 폭발했고, 승선자 3700여명 가운데 52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생존자와 유족들은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했고, 승선자 7500~8000명 가운데 3000명 이상이 숨졌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