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위산업이 역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20년까지 연 4조원대였던 수출 실적은 2021년 9조원대, 2022년 23조원대, 지난해 18조원대로 껑충 뛰었다. 호황에는 외부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 3년간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년 가까이 진행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그리고 중국의 군사적 부상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함께 작용했다. 방산 업계에서는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과 ‘신속한 납품’을 한국 업체의 강점으로 꼽는다.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방산 시장의 5%를 점유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9~2023년 한국 방산은 전 세계 10위(2.0%)를 차지했다. 폴란드 대규모 방산 수출로 수치가 크게 오른 2022~2023년만 보면 세계 2위(10.9%) 수준이다.
전쟁 등 외부 환경을 제외했을 때, 한국 방산의 성장이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외부 환경이 항상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보장은 없다. 지난해 핀란드·노르웨이 등이 새로운 수출국이 되면서 수출 대상국이 12개국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주요 수출국은 중동지역과 동유럽이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경쟁국들이 20~40개국에 수출하는 것과 비교하면 소비자층이 얇다. 게다가 최근 서유럽 국가들은 유럽안보를 위해 유럽산 무기를 사달라고 강조하는 추세다.
수출 품목도 다양하다고 보긴 어렵다. 2010~2023년 방산 총수출의 29%는 자주포가 차지할 만큼 특정 무기에 편중됐다. 세계 방산 시장의 5%를 점유하려면 연 33조원대 수출을 해야 하는데, 상품군을 늘리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출 대상국을 늘리는 방법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시장에 들어서는 것이 거론된다. 외국산 제품을 차별하는 미국산우선구매법(BAA)을 우회할 수 있도록, 방산 시장의 자유무역협정(FTA) 격인 국방상호조달협정(RDA)을 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이 경우에는 국내 중소 업체를 보호할 수 있는 안이 전제돼야 한다. 미국이 유지보수와 수리·정비(MRO)를 동맹국에 맡기는 시장을 늘리고 있어, 이에 참여를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수출 품목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첨단 기술분야에서 동맹국과의 공동연구부터 확대하는 안이 거론된다. 미국의 F-35 전투기 개발 과정에서 호주·캐나다·덴마크 등이 협력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앞으로는 차세대 전투모델인 유·무인 복합체계를 비롯해 인공지능(AI), 로봇, 반도체 영역에서 협력이 요구된다.
수출국을 대상으로 한 군의 교육지원과 정부의 품질보증, 수리부족 지원 등의 패키지 상품도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언급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 등의 외부 변수에 과도하게 의존하려 하기보다는, 품목과 시장 확대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