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두중량 세계 최고 수준 8t, 현무-5 첫 공개
미 전략폭격기 B-1B도 처음으로 행사에 등장
시민단체 “군사독재 시절 권위주의적 발상”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과 시가행진이 1일 열렸다. 핵무기 위력에 맞먹는 미사일 ‘현무-5’가 처음으로 공개됐고,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가 상공을 날았다.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라는 대북 정책 기조에 맞춰 지난해에 이어 대규모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과시성’ 행사에 2년간 180억원이 넘는 예산을 쓸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강한 국군, 국민과 함께’라는 주제로 국군의날 기념식이 열렸다. 국방부는 행사에 대해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하는 능력·태세·의지를 현시한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기념식에는 ‘3축 체계’ 중 대량응징보복의 주요 전력인 지대지미사일 현무-5가 공개됐다. 현무는 군이 비밀리에 개발하는 무기로, 북한 지휘부가 숨어있는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용도 등으로 쓰인다. 3축 체계는 대량응징보복과 적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과 적 미사일을 공중 요격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로 구성된다.
현무-5는 9축 18개 바퀴의 이동식발사대(TEL)에 원통형 발사관을 탑재한 모습이었다. 발사관의 길이는 약 20m로 추정된다. 발사 후 공중에서 점화되는 ‘콜드론치’ 방식이 적용됐다.
현무-5의 위력은 핵무기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려진 탄두 중량은 8t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탄두 중량을 줄이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사거리 3000~5500㎞) 처럼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념식에는 현무-3과 현무-4도 함께 선보였다. 현무-1은 퇴역했고, 현무-2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현무-3는 순항미사일이다. 현무-4의 탄두 중량은 2t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18일 탄두 중량이 4.5t인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 공군의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랜서’는 기념식장 상공을 비행했다. 국군의날 기념식에 미군의 전략자산이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랜서는 핵무기를 투발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북한에 강력한 한·미동맹의 힘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밖에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스텔스 전투기 F-35, 소형무장헬기와 아파치 헬기가 전술 비행을 펼쳤다. 4족 보행 로봇, 대공제압무인기, 무인잠수정 등 유·무인 전투체계도 등장했다. 지난해에 이어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도 등장했다. L-SAM은 고도 40㎞ 이상에서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로 KAMD 핵심 자산이다.
오후 4시부터는 서울 중구 숭례문에서 광화문까지 약 1.2㎞의 시가행진이 진행됐다. 기념식에서 선보였던 일부 무기들이 시민들 앞에 공개됐다. 시가행진 중에는 6·25 전쟁 서울 수복 당시 태극기를 게양했던 경복궁 앞 월대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은 대형 태극기의 뒤를 따라 행진했다. 윤 대통령은 시가행진이 마무리된 뒤 광화문 앞에서 군인들의 처우 개선을 언급하며 “국군장병 여러분을 국민과 함께 무한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사회자의 제안에 따라 “자유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10년 만에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재개했고, 올해까지 2년 연속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가행진을 벌인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해 기념식과 시가행진, 포럼·축하행사 등 부대비용에 101억9000만원, 올해는 79억8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이후 국회예산처는 “예산낭비의 우려가 있으므로 대규모 행사의 개최 주기, 빈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참여연대와 전쟁없는 세상 등 시민단체들은 논평을 내고 “군사독재 시절 권위주의적 발상으로 기획된 군사 퍼레이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가행진은 윤 정부의 실패한 군사대결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선전용 행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국군 위용과는 별개로 대통령 자기 과시를 위해 동원된 국군 장병들의 모습이 안타깝다”며 “휴일을 맞아 시내로 나들이 나간 국민도 많은 불편을 겪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