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독도를 자국 땅이라 주장한 일본에 항의 논평을 내면서 독도 공식 홈페이지에 일본어 번역본만 빼고 게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작 항의 당사국인 일본 국민은 논평을 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본 조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7월 ‘일본 2024년 방위백서에 대한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발표한 뒤 이를 일본판 독도 홈페이지에는 게시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그간 ‘독도에 대한 우리의 입장’ 게시판을 운영하며 정부 발표문을 공개해왔다. 이는 통상 영어·일본어로도 번역돼 외국판 홈페이지에도 게시됐다. 이 논평의 경우 영문 번역본은 게시된 반면 일본어 번역본은 별도로 제작되지 않았다.
해당 논평은 일본 정부가 지난 7월12일 ‘2024 방위백서’를 채택한 직후 발표됐다. 일본 정부는 백서에서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20년째 반복했다. 그러자 외교부는 논평에서 “강력히 항의” “즉각 철회” “단호한 대응”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앞서 발표된 다른 논평들은 정부 발표 시점과 큰 차이 없이 일본판 독도 홈페이지에 게시됐다는 점에서 민감한 내용의 논평만 선별적으로 빠뜨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외교부는 지난해 9월에도 윤석열 정부 들어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논평을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외교부는 경향신문 취재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 8일 오후 6시쯤 일본어 논평을 독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논평이 발표된 지 3개월 만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앞서 누락 사유를 묻는 기자에게 “조금 지체된 점은 없지 않지만, 곧 (일본어본을) 게재할 예정”이란 답만 내놨다. 이어 이날 기사가 공개된 후 “홈페이지 업로드 실무 착오로 7월 12일자 일본어 번역본이 게재되지 않았으나 현재 정상 게재 조치되었다”고 밝혔다.
박선원 의원은 “독도 공식 홈페이지에 일본어 논평 하나 올리지 못하는 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인가”라며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 아니라,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지키는 것이다. 일본의 눈치만 보는 한심한 외교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