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국방 2+2 장관 회의 공동성명
북한군 러시아 파병 등 북·러 군사협력 규탄
“대만 주변 긴장 고조 행위 우려” 중국 겨냥
한국과 미국의 외교·국방 장관들이 만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북·러의 군사협력을 규탄했다. 양국 장관들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공약뿐 아니라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의무를 준수한다는 점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 내 일각에서 핵무장론을 주장하고 있는 점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10월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이런 내용이 포함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 장관들은 성명에서 “지속되는 불법적인 무기 이전, 북한 병력의 러시아 파병 등 러·북 간 군사협력 심화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하는 지원을 면밀히 주시하고 추가 공개하기로 했다”라며 “러시아와 북한이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포함한 국제법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북한군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등 첨단 군사기술과 물품을 지원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양국 장관들은 북한이 전날 ICBM 시험발사한 것을 비롯해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 추구하는 점도 “위험하고 도발적인 행동”으로 규정하며 규탄했다. 이들은 “북한이 불안정 조성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양국 장관들은 성명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지속적인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한·미 국방부 장관이 발표한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비핵화’ 표현이 8년 만에 빠졌지만, 이번 2+2 회의 공동성명에는 담긴 것이다. 양국 장관들은 더불어 “국제 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의무에 대한 오랜 공약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NPT는 핵무기가 없는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금지한다. 북한이 핵·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하고 한국을 겨냥해 전술핵 위협을 가함에 따라 한국 내에서 자체 핵무장 목소리가 나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비핵화’와 ‘NPT 의무’를 한 문장에 나열하면서, NPT 의무를 보다 강조한 것은 미국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성명에는 중국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내용도 담겼다. 양국 장관들은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라며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반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들은 “도발적 행위, 특히 최근 대만 주변에서의 긴장 고조 행위인 군사훈련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라며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포함해 대만에 대한 우리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지난 10일 “중국과 대만이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고 밝히자, 중국은 지난 14일 대만을 포위하는 군사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중국 관련 내용의 수위는 지난 16일 한국에서 개최한 제14차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의 공동성명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