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경쟁이 사라진 ‘박근혜 추대식’

박병률·임지선 기자

지지자들, 시민단체와 충돌도

폭우가 내린 20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선후보 지명 전당대회에서는 5년 전 이명박 후보와 경쟁을 벌였던 때 같은 긴장감은 없었다. 일찌감치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큰 차이 승리가 예측된 탓이다. 후보 지지자들 간 신경전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단상에 후보들이 여럿 앉아있지 않았다면 추대식이라고 해도 어색할 게 없었다.

이날 전대에서는 젊은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등 20대가 식전행사를 진행했고, 청바지를 입은 남녀 청년 당원이 당기를 들고 단상에 올랐다. 박 후보는 빨간 뒷배경을 의식한 듯 파란색 상의를 입었다. 행사장에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이 차례로 입장했다. 박 후보가 들어서자 장내에서는 “박근혜” 연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잠재적 경쟁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공격했다. 이 원내대표는 “안 원장은 나라를 이끌어볼까 말까 고민만 하는 ‘고민남’, 국민 검증을 피하기 위해 애매모호하게 행세하는 ‘애매남’ ”이라며 “나홀로 생각만 하는 로뎅이 아니라 결단력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선주자들은 ‘새누리당 대선 승리를 위해 함께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흙판에 핸드 프린팅을 남긴 뒤 단상에 나란히 앉아 개표 결과 발표를 기다렸다. 개표 결과 발표는 당초 예상보다 20분가량 늦어졌다. 오후 3시55분쯤 김수한 선거관리위원장은 “박 후보가 새누리당 18대 후보로 당선됐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감회가 새로운 듯 상기된 표정으로 일어나 다른 후보들의 손을 함께 잡고 단상 위로 올랐다.

박 후보의 수락 연설이 끝나자 지지자들은 낙선 후보의 축하 연설을 듣지도 않고 빠져나가 썰렁한 장면이 연출됐다. 축하 연설에서 김문수 후보는 “국민과 당원동지 여러분의 선택을 존중하고 깨끗이 승복한다”고 밝혔다. 안상수 후보는 “박 후보는 앞으로 연호 많이 받을 테니까 네 후보의 연호를 선창하면서 마무리하겠다”며 ‘김문수’ ‘김태호’ ‘임태희’ ‘안상수’ 등을 호명해 박수를 유도했다.

행사 직후 최경환·윤상현 의원 등 박 후보 캠프와 새누리당 의원들이 줄 서서 단상에 올라 박 후보에게 인사를 했다. 박 후보도 일일히 악수하며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다”며 화답했다.

이날 전대행사장 앞에서는 시민사회단체와 박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 다툼도 벌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정수장학회 사회환수 공동대책위원회·박정희기념도서관대책시민회의 등 20여명이 ‘정수재단 해체 및 박정희 기념관 폐관 촉구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그러나 박 후보 지지자들이 이를 저지하면서, 양측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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