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난지원금' 사실상 포기…"자영업자라도 지원하자"

김윤나영·유정인 기자

“정쟁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

 합의 가능한 것부터 즉시 시행”

 정부·야당 반대에 현실적 목표 수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오전 SBS D 포럼 ‘5000만의 소리, 지휘자를 찾습니다’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로 들어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오전 SBS D 포럼 ‘5000만의 소리, 지휘자를 찾습니다’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로 들어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내년 1월까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을 사실상 철회했다. 대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주장한 자영업자 지원부터 먼저 하자고 새로 제안했다. 이에 따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민주당이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조사까지 거론하면서 거칠어졌던 당·정 갈등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지 주목된다.

이 후보는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국민 재난지원금 고집하지 않겠습니다. 여야 합의 가능한 것부터 즉시 시행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후보는 “야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아쉽지만 우리가 각자의 주장으로 다툴 여유가 없다”고 했다. 대신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가 어렵다면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에 대해서라도 시급히 지원에 나서야 한다”면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는 추후에 검토해도 된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추진에 나선 뒤 20일 만에 여야, 당정 갈등 속에 사실상 철회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후보는 “올해 7월 이후 추가 세수가 19조원인데,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즉시 지원할 것은 신속히 집행하자”면서 “윤석열 후보도 50조원 내년도 지원을 말한 바 있으니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빚내서 하자는 게 아니니 정부도 동의하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화폐 추가 발행, 소상공인 손실보상 하한액(현재 10만원) 대폭 상향 등을 요구했다.

이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을 전격적으로 철회한 것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부정적인 응답이 더 많은 데다 정부와 야당의 강한 반대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당정 갈등이 부각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초과세수를 유예하는 방식으로 내년도 예산에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편성하기에는 재원이 모자란다는 현실적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예산심의 절차상 문제, 야당 반대 문제, 정부의 입장 등 여러 요인들 때문에 오히려 신속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이 대의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때문에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들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인당 20만~25만원의 ‘전 국민 일상회복 방역지원금’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올해 내야 할 세금 일부를 내년으로 유예해 재원을 마련하려 했으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반대에 부딪혔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획재정부가 올해 초과세수를 19조원에서 10조원으로 잘못 전망하자,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조사까지 언급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기재부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당정 갈등이 이어져 왔다.

결국 이 후보는 야당이 제안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으로 현실적 목표를 수정하면서 합의의 공을 야당으로 돌렸다. 이에 따라 여야가 소상공인 자영업자 손실보상 강화와 지역화폐 예산 증액 등에 합의할지 주목된다. 이 후보는 “정쟁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면서 “오늘이라도 당장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민생 실용 정치의 좋은 모범을 만들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고집을 꺾었다니 다행”이라면서도 “이미 이 후보의 고집에서 비롯된 소모적 논쟁으로 국민들은 혼란을 겪었고, 민주당과 기획재정부는 낯뜨거운 싸움을 벌였다”면서 “‘아쉽다’가 아닌 ‘죄송하다’가 먼저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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