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어렵다는 건 알지만···” 대선 군소후보들의 변읽음

정용인 기자

중앙선관위 예비후보 등록 18명···메이저 제외한 후보들 생각은

진짜였다. 창문에는 “끝까지 갑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김유찬. 선관위 후보자 명부에는 ‘기업인’, ‘SIBC 홀딩스 유한회사 대표’로 돼 있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발간된 폭로서적 <이명박 리포트>의 저자다. 현대건설 사장 이명박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를 역임했던 인물. 2007년 대선이 끝나고 안위가 제일 궁금했던 인사다. ‘인천 앞바다에 수장(水葬)됐다’는 풍문이 그럴듯하게 돌았다. 그는 나중에 언론인터뷰에서 영포빌딩을 방문한 자신에게 이 전 대통령이 “주변 사람이 그러자는 걸 내가 말렸다”는 ‘제3자 화법에 의한 살해협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그런 협박을 들었다’는 것에서 실제로 당한 것으로 와전된 것.

12월 1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자리 잡은 김유찬 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사무실의 벽면에 “끝까지 갑니다!”라고 적힌 김유찬 후보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정용인 기자

12월 1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자리 잡은 김유찬 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사무실의 벽면에 “끝까지 갑니다!”라고 적힌 김유찬 후보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정용인 기자

아무튼 선관위에 등록된 ‘예비후보 선거기구 설치내역’ 신고서류에 적혀 있는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해보고 살짝 회의하던 참이었다.

휴대전화 번호의 주인공은 “내가 이 전화를 7년째 쓰고 있는데 며칠 전부터 김유찬이라는 사람을 찾는 전화가 많이 온다”며 역정을 냈다. 휴대전화 번호가 진짜가 아니라면 종로구 수송동에 있다는 선거사무실도?

서류상으로는 빌딩 2~4층을 쓰는 것으로 돼 있었다. 과거 서울시장선거 당시 안철수·오세훈 후보 등의 캠프가 있던 건물이다.

방문한 시간이 점심시간이어서인지 사무실은 한산했다. 5~6명의 인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씨는 한국에 있지 않았다. 호주에 있다. 몇몇 기자들과 줌 미팅 형식으로 진행한 출마 선언 인터뷰에서 11월 말로 시점을 밝힌 그의 귀국 일자는 미뤄지고 있었다.

“그 뒤 후보님은 사업가로 성공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CEO 마인드로 후진적인 한국 정치도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이날 만난 캠프 관계자의 말이다. 사업을 하며 쌓은 그의 국제인맥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래 UAE 국부펀드 대표가 자가용 비행기를 내줘 그걸 타고 귀국하려 했는데 차질을 빚었다는 것. 사실일까.

“곧 목격하게 될 것이고요. 이건 아직까지 비밀 일정인데….”

전 세계 곳곳에 숨겨진 MB의 은닉재산을 폭로하는 책을 준비 중이며 곧 도서 출간과 함께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이다.

■ ‘MB 저격수’ 김유찬 대권 도전 눈길

20대 대통령선거. 2022년 3월 9일 치러진다. 이제 90일도 안 남았다. 신문 지면과 포털을 장식하는 출마자는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후보, 거기에 한두명 더 보탠다면 무소속 김동연,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 정도지만 그들만 있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보면 12월 2일 현재 등록한 후보는 모두 18명이다. 정당후보가 10명, 무소속이 8명이다.

정당후보를 보면 특이한 부분이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이미 경선이 끝났는데도 윤석열, 안철수 이외에 후보가 한명씩 더 있다.

오승철 국민의힘 예비후보(64)와 강성현 국민의당 예비후보(56)다.

“…내가 접수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던 겁니다. 자기들끼리는 ‘우리 후보를 음해하려는 사람이 아니면 누가 나오겠느냐’라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진입장벽을 만들려고 심사비만 1억원을 내라고 했는데.”

11월 30일 기자와 통화한 강성현씨의 말이다. 그는 안철수 대통령후보를 확정한 국민의당에 후보자 무효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후보 마감시간 전인 오후 3시 30분에 등록했는데, 그날 자정이 되기 전 밤 11시 55분에 부적격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바로 그다음 날 국민압박 면접 일정을 잡아뒀습니다. 안철수 단독 입후보라고 생각했겠죠. 얼마나 졸속입니까. 복수면 무조건 무효가 되니 12시 안에 결정해야 해서 문자로 통보가 왔습니다. 낸 1억원도 돌려주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안 받았죠.”

그의 정치권 출마경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경기도 성남 중원 국회의원선거부터 국회의원 4번, 서울시장 예비후보 2번 그리고 그가 현재 사는 금천구청장도 한번 출마한 적이 있다. 후보자가 되진 못했지만 정당 비례대표도 두 번 응모한 적이 있다. 한참 자신의 경력을 이야기하던 그의 입에서는 뜻밖의 말이 나왔다.

“밑바닥 대중의 시각을 중앙정치에 투영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가 대중정치적 문제의식을 정치권에 도전해 녹일 수 있냐는 것인데, 풍차에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보이는 거, 물론 압니다. 당선이 어렵다는 것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군소후보) 같은 사람도 있고, 꿈도 꾸고 도전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출마한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대통령이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삶도 중요하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남을 도와주고 지도하던 버릇이 있어요. 내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남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오승철 국민의힘 예비후보의 말이다. 그는 사전서류심사 단계에서 국민의힘 예비후보에서 탈락했다. 선관위 예비후보 명단에서 그의 이름이 삭제되지 않은 것은 ‘선발돼 경선이 치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오 후보의 주장이다. 그는 넋두리처럼 덧붙였다.

“경선 후보로 인정 안 해준다면 삭제라도 해줘야 다른 당에 가서 본선을 치를 수 있을 텐데….”

현행 선거법상 경선에 참여해 낙선한 사람은 탈당하더라도 후보로 출마할 수 없다. 오 후보의 경우 애매한 사각지대에 남은 셈이다. 그 역시 출마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앙당의 전략공천으로 출마가 무산되고, 지난 부산시장선거 때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기득권의 벽이 너무 높다’는 걸 절감했다고 덧붙였다. 그도 이번 대선에서는 당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건 안다고 했다. 대신 다 계획이 있다.

“22대 부산진갑 국회의원에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출마할 계획입니다. 일단 국회의원만 되면 21대 대통령은 오승철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 “국회의원 후 차기 대통령 확신한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양성기 기가솔건강방 회장(61)은 자신이 “이번 대선에서 무조건 1등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다른 사람은 1등을 한다고 말 못 합니다. 왜? 윤석열과 이재명이 나왔으니까요. 홍준표나 이낙연이 나왔으면 내가 이렇게 자신 있게 말 안 합니다.”

그는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이 여당·야당에서 나왔고, 자신은 이번에 처음으로 출마하지만 대통령에 나올 결심을 한 것은 10년이 넘었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남북을 위해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봉사하고 있지만, 꿈과 희망을 갖고 잘살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부채도 없애고, 질병 없이 살고, 정치인들 때문에 분노 없는 세상, 건강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제 취지입니다. 누가 반대하겠어요.”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다. 그는 자신이 이번 선거를 준비하며 썼다는 책 3권을 내밀었다. 거기에 다 해답이 있다는 것이다. <기가솔>이라는 큰 제목 아래 각각 ‘분노 없는 세상’, ‘돈 걱정 없는 세상’, ‘건강 걱정 없는 세상’이라는 작은 제목이 붙어 있는 책들이다. 권당 가격은 3만원.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그의 캐치프레이즈는 시스템을 교체하자는 것이다.

“정치시스템으로 민주주의도 폐기하고 사회주의도 폐기하고 예술주의로 가자는 겁니다.”

역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기천 닥터킴 대표(62)는 현행 선거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예비후보로 등록한 지 5개월이 됐는데 저를 아는 사람은 5000만명 중에 1만명도 안 될 겁니다. 이게 무슨 공정한 민주주의입니까.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반장선거를 할 때도 입후보를 하면 정견을 발표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린 후 뽑을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그는 한국의 정치가 철저히 기득권 정치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이 한달 전쯤 등록했습니다. 그전부터 매스컴에서는 날이면 날마다 이재명 이름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안철수는 엊그제 등록했는데(정확히는 11월 26일 등록했다), 그 전부터 이름이 나왔고요.”

그는 자신을 알리기 위해 5개월 전부터 전국을 돌면서 이벤트를 해왔다고 밝혔다.

“YTN, KBS, MBC 앞에 가서 드럼을 치면서 1인시위를 합니다.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명함을 나눠줘도 아무도 조명 안 해요. KBS 앞에 가서 삭발시위를 했습니다. 첫째 날에는 기르던 수염, 둘째 날에는 머리, 셋째 날에는 겨드랑이털, 넷째 날은 음모를….” 그래도 거대언론은 꼼짝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 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등록된 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명부(12월 2일 현재)를 바탕으로 재정리한 것임.

※ 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등록된 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명부(12월 2일 현재)를 바탕으로 재정리한 것임.

■ 기득권 높은 장벽 실감, 정치체제 혁파해야

그는 정치신인이 입문할 수 없도록 만들어놓은 현행 정치시스템, 정당정치시스템을 혁파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천문학적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보세요. 범죄자가 1당 후보이고, 배신자가 2당 후보예요. 보수와 진보가 번갈아 집권했는데 그 결과가 뭡니까. 대통령을 했던 사람이 불행해져 자살하거나 감옥에 가는 역사가 수십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손해, 얼마나 크죠.”

그는 “현재 자신의 인지도는 0.0001%도 안 되지만 마지막 3주 전 2~3%만 되면 뒤집어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그것도 쉽지 않겠죠. 여론조사가 이렇게 개판이고 진입장벽이 높을지는 몰랐습니다. 제가 해보니 아무리 똑똑한 놈, 천재, 심지어 신(神)이 나와도 이런 여론조사가 있는 한 대통령 되기 어렵습니다. 아니 대통령이 안 돼도 좋습니다. 어차피 제가 될 가능성을 보고 출마했겠어요.”

무소속, 군소후보 중엔 기존의 보수·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던 인사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던 소위 태극기부대에 앞장 선 인사들이 각각 출마한 것이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김경재 국민혁명당 대표, 무소속으로 출마한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장, 전 한국기독교협의회 공동회장 김성광 목사, 이건개 법무법인 주원 대표변호사 등이다.

“제일 큰 캐치프레이즈가 대한민국 청년들 머리 위에 태양이 지지 않게 하자는 겁니다.”

12월 1일 기자와 통화한 이건개 변호사(80)의 말이다. 15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이 변호사는 지난 18대 대선 때도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최종 출마하진 않았다. 그는 이번 대선 출마자 중 최연장자다. 기자가 나이를 거론하자 그는 “이번 후보 중 경험과 경륜을 많이 갖춘 후보”가 자신이라며 “역사 속에서 교훈과 깨달음을 잃은 국민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제가 서른한 살 때 서울경찰청장을 시키면서 이렇게 특별지시했습니다. ‘너는 검사 출신이지만 절대 사람을 구속 수사하지 말고 수사에 역점을 두지도 말아야 한다. 수사는 경제발전에 도움이 안 돼고 수사로 바뀔 것이 없다’고요. 좌파는 박정희 대통령이 인권을 탄압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달랐어요. 내가 서울경찰청장 3년을 할 때 공무원·기업인을 수사하고 때려잡은 것 하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서울 시내에 데모가 하나도 없었고 국가치안은 완벽했고요.”

그는 이 대목에서 ‘서울중앙지검장 출신’ 윤석열을 거론했다. 수사 잘한다고 대통령도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일종의 ‘디스’다.

“최대집 (전) 회장이 언제 출마 선언했습니까. 전혀 모르고 있었네요.”

12월 1일 통화한 국민혁명당 구주와 대변인의 말이다. “왜 박근혜 탄핵 반대 활동을 하던 태극기 보수우파 인사들이 서로 갈라져 나오는지”를 묻자 다른 후보들 출마 소식을 몰랐다는 것이 그의 답이다.

“일단 박근혜 탄핵과 관련 국민혁명당은 특별한 언급을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광화문 등지에서 집회 주최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집회의 주된 목적이 박 대통령 탄핵 반대는 아니었고, 우리는 정권에 대한 비판이 주된 것이었어요. 우리공화당은 그것이 메인이었지만.”

후보는 동교동계 정치인 김경재가 나왔지만 국민혁명당의 중심축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있다. 구 대변인은 왜 두 사람이 함께하게 됐냐는 질문에 “뜻을 같이하고, 서로 신념을 잘 아는 사이”라며 “뜻이 맞고 통해 같이하게 된 것이지 다른 이해관계가 있진 않다”고 덧붙였다.

■ 이번 대선에도 출마한 좌파·우파 군소후보들

지난 20여년의 우파활동을 돌아보는 책 <나는 최대집>이라는 회고록을 낸 최대집 전 의사협회 회장은 자유민주적 정치·경제사상 및 정책구현 실행력 확립과 기업 자유와 정치 파업 등 불법 행위 노조 일체 불용 등의 우파색깔이 강한 공약과 함께 ▲과학적 근거에 의한 코로나19 방역체계와 국민경제 활동 및 사회활동 정상화 ▲수술실 CCTV법 폐지 등 보건의료 공약도 내세우고 있다.

보수우파 후보들이 일찌감치 중앙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활동하는 것과 달리 진보좌파계열 후보는 9월 15일 등록한 김재연 진보당 후보(41) 외에는 눈에 띄는 후보는 없다.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은 지난 9월 29일 노동자·민중경선운동본부를 제안했고, 이와는 별도로 민주노총이 제안한 ‘대선공동대응회의’에 후보를 낸 정의당, 진보당 이외에도 녹색당, 변혁당, 노동당 등 5개 정당이 논의 테이블에 참여하고 있다(‘원내외 진보정당들 대선전략 뭘까’ 기사 참조).

진보계열 군소정당이 다 민중경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정신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돕고 있고, 기본소득당은 오준호 후보(46)를 12월 4일 당원총회에서 선출하고, 12월 7일 예비후보에 등록할 예정이다. 기본소득당 관계자는 “민중경선과 관련해서는 우리 쪽으로 연락이 온 적이 없어 제안하는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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